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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대폭 개선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고객들에게 금리연계형 파생금융상품(DLS·DLF)을 판매해 고객신뢰가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한 후속조치다.
은행들은 KPI에 고객관리지표를 새롭게 만들거나 상품심의 때 사모펀드 등 투자상품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분기별 점검절차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외부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상품선정위원회에서 상품 심의 때 투자상품의 적정성, 시장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구할 계획이다.
또 상품판매 직원의 KPI에 고객관리지표를 신설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적절하게 관리하는지를 평가하는 안은 고객 수익률 지표뿐이다. 이마저도 배점비중이 2%에 불과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KPI 채점시 비이자이익에 대한 배점을 낮추고, 현행보다 평가 지표 목표 달성률을 최대 5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세부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하반기부터 적용되는 KPI에 고객수익률 비중을 현행 5%에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대상은 고액자산가와 접촉이 많은 프라이빗뱅커(PB) 320명이다.
현재 판매 중이거나 승인 사모방식의 상품에 분기별 점검 절차도 강화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고객 수익률 평가지표의 비중을 최대 20%포인트 확대했다.
금융자산 3억원 이상 고객을 상대하는 PWM센터는 기존 10%에서 16%로, 금융자산 50억원 이상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프리빌리지(PVG)센터는 10%에서 30%로 비중을 높였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노조도 KPI 개선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이미 2017년 금융노동자를 대상으로 은행권 과당경쟁해소를 위한 설문조사와 국회토론회, 금융공공성 강화와 금융소비자보호 방안 제안서 제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 KPI제도 개선 제안을 해왔다. 수년전부터 KPI개편 요구가 제기됐으나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KPI개선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은행들의 KPI 평가항목은 적게는 40여개에서 많게는 90개가 넘는 상황이다. 매년 경쟁적으로 KPI평가 항목수를 확대해왔으며, 은행 KPI 목표 달성을 위해 연간 상시적으로 캠페인, 프로모션(이벤트) 등을 실시해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객에 대한 상품 강매, 불필요한 상품가입 권유, 불완전 판매 확대, 실명제 위반 등 불법, 편법 금융사고위험마저 수그러들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은행들이 판매한 금리연계형 파생금융상품은 고객이 최대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4% 남짓인 반면 손실률은 100%에 달했다. 은행은 고객 손실과 상관없이 수수료 명목으로 1%대 수익을 안정적으로 취했다.
고객의 손실과 상관없이 금융상품을 팔아 수수료수익을 올려 KPI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한 은행의 직원 성과평가 구조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금리연계형 파생금융상품 사태는 불완전판매 여부나 직원 처벌, 고객보상이 근본해법이 아니다”며 “KPI제도의 획기적인 개선과 파생상품 등 고위험 상품의 판매 축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