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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두 차례 자동차 보험료를 올린 손해보험업계가 특약 할인율 축소에 나섰다. 블랙박스 특약 등을 통해 보험료를 아껴온 소비자들은 특약의 할인율이 낮아지면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다음달부터 개인용 차량의 경우 11년 전 차량의 블랙박스 할인율을 4.2%에서 2.8%로 하향 조정한다.
기존 0.2%의 12년 전 이상 연식 차량은 할인을 없앴다. 업무용에 대해서는 4%로 일괄 적용하던 할인율을 4.2%와 2%로 구분해 운영키로 했다.
이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반영해 할인율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KB손보 관계자는 "블랙박스 특약 할인율을 낮췄지만 상대도 조정이라 전체 보험료 수준에는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급증하는 자동차보험 손해율로 차보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KB손보의 경우 올해 상반기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6.79%로 업계 적정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자동차보험료를 올해 이미 두 차례나 인상해 연내 추가 인상이 부담스러운 만큼 특약 할인율 인하를 통해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자동차보험의 대표적인 할인특약은 블랙박스 장착 차량의 보험료를 깎아주는 블랙박스 특약,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마일리지 특약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보험사의 움직임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두 차례나 보험료를 올린 보험사들이 실적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특약 축소란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최근 유류세 인하 종료에 따른 기름값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의무 보험인 자동차 보험의 가격 부담까지 안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보험사의 일방적인 특약 축소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각 회사별로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특약을 운영할 수는 있지만 손해율을 이유로 잇따라 할인율을 조정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지난 3월 블랙박스 설치 할인율을 기존 3%에서 1.5%로 낮춘 바 있다.
보험사들은 이미 두 번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또 한 번의 인상이 가입자 반발을 불어올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앞서 삼성화재 등 자동차보험 상위 손보사들은 지난 6월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1~1.6% 인상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급할 보험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에는 손보사들이 차량 정비요금 인상분과 지난해 손해율 상승분을 반영해 3~4%가량 보험료를 올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두 차례 보험료를 올렸기 때문에 추가 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렵다”며 “할인 특약을 하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