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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2년 만에 첫 흑자전환에 성공한 카카오뱅크가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중)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예금규모에 비해 대출이 잘 나가지 않아 예대율이 떨어지면서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6월말 기준 예대율은 64.5%로 지난해 6월말(81.4%)대비 16.9%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80%대를 유지해 왔으나 올해 들어 급락하고 있는 추세다.
시중은행 등 대다수 은행들이 90%대를 유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카카오뱅크 예대율은 많이 낮은 편이다.
원인은 여‧수신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6월 말 기준 수신잔액은 17조5735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 8조3645억원의 두 배(110%)가 넘는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반면 대출잔액은 6조8060억원에서 11조3276억원(66.4%) 느는데 그쳤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보다 소폭 높은 금리를 무기로 예-적금을 빠르게 늘려왔다. 반면 대출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마이너스통장대출, 신용대출 정도에 그치며 가파른 수신 성장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자 국공채나 금융채 등 안정적인 유가증권에 투자해 운용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운용수단이 한정돼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혁신을 추구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취지답게 비대면 기업대출과 같은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초 비대면 기업대출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까지 기업대출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비대면 기업대출 심사·평가가 까다롭기 때문에 고도화된 심사평가시스템 구축이 중요한데 카카오뱅크는 아직 업력이 쌓이지 않아 기업대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풍부한 업력을 갖춘 신한은행 역시 최근 들어서야 일부 기업대출 거래를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개발한 상황이다. 이마저도 만기연장 등 기존 기업대출의 계약조건 변경에 한해 비대면 채널을 적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비대면 기업대출이 어렵다보니 소액대출에 치중하게 되고 대출잔액 증가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늘어나는 수신액을 관리하기 위해 시중은행과 금리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고신용자와 개인-소액 신용대출 위주의 영업은 한계일 수밖에 없다”며 “기존은행과 달리 인터넷은행에 부여된 사명을 위해 성과를 내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