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웨스트코발트와 맺은 드릴십 1척 계약 취소삼성중공업, 트랜스오션으로부터 드릴십 2척 계약 포기 접수유가 하락으로 드릴십 계약 파기 이어져…재매각도 부정적
-
국내 조선업계가 드릴십(원유가스시추선)으로 인한 난관에 또 봉착했다. 최근 유가 하락 등으로 선주 측의 드릴십 계약 파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8일 업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초 노르웨이 해양시추사인 노던드릴링의 자회사인 웨스트코발트와 맺은 드릴십 1척에 대한 매매 계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미국의 밴티지드릴링으로부터 드릴십을 수주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해 2015년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노던드릴링에 3억5000만달러(41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2021년 1분기 인도할 예정이었지만 노던드릴링이 갑자기 계약 취소를 선언한 것이다.
노던드릴링 측은 "대우조선의 계약 위반을 포함한 여러 이유 때문에 계약을 취소했다"며 "손해에 따른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와 관련 대응책 마련을 위한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노던드릴링이 발주한 또 다른 드릴십 2척과 미국의 엔스코(ENSCO)가 발주한 드릴십 2척도 건조 중이다.
이에 앞서 삼성중공업도 스위스 선사인 트랜스오션으로부터 현재 건조 중인 드릴십 2척에 대한 계약이행 포기 의사를 접수했다. 해당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이 그리스 오션리그로부터 2013년 8월과 2014년 4월 각각 수주한 선박들로 작년 트랜스오션이 오션리그를 인수했다.
두 선박의 계약가는 각각 7억2000만달러(약 8600억원)와 7억1000만달러(8480억원) 등 총 14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계약 파기로 삼성중공업의 손실 비용이 약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밖에도 미국 시추사 퍼시픽드릴링(PDC) 1척과 노르웨이 시추사 시드릴 2척에 대해서도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들 계약의 규모는 총 15억6000만달러다.
선주들이 이처럼 드릴십 인도를 포기하는 것은 저유가 탓이 크다. 해양 시추는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수익이 나는 구조지만,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해 세계 경기 회복이 더디면서 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드릴십은 2010년대 초반 발주가 이어졌으나 이후 가동률이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 다시 살아나는듯 했으나 지난달 말 60% 아래까지 떨어진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계약이 취소된 드릴십들의 재매각을 두고도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조선사들의 재무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드릴십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유가 하락으로 인해 선주들이 어떻게 해서든 계약을 취소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계약이 취소된 드릴십을 제삼자에게 매각하는 것도 지금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