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2월부터 상반기 후판가 협상 수익악화 철강업계 "이번엔 올려야"조선업계 "시황 회복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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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선박용 철강재인 후판가 인상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해 어닝쇼크를 기록한 철강업계와 업황 부진이 여전한 조선업계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 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달부터 조선사들과 본격적인 후판가 협상에 돌입했다. 조선용 후판은 철강사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와 개별적으로 협상에 나선다. 협상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차례 이뤄진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조선소에 후판을 공급하고 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후판가 협상때마다 갈등을 겪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더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원가 상승분 대비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서 대규모 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의 후판가 인상 의지가 어느때 보다 강력한 이유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6조431억원, 영업이익 5576억원을 기록했다. 원가 상승과 제품가격 하락에 따른 철강부문의 수익성 악화 탓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대제철도 4분기 147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는 30년 만에 첫 분기 영업적자다.
현재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7월 톤당 120달러를 넘기며 최근 5년 새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100달러에 육박해 2018년에 비해 30% 이상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후판가격은 톤당 70만원 안팎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8년(110만원)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사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최근 몇년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조선사의 입장만 봐줄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면서 "지난해 소폭의 가격 상승이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후판가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를 앞세워 업황이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조선사들 상황 역시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만 봐도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선가가 오르지 않아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7조3497억원, 영업손실 6166억원, 순손실 1조1194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39.6% 늘어난 반면,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50.6%, 188.4% 늘어났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의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기순손실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드릴십(원유가스시추선)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재고 자산의 평가 손실과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해 드릴십 1대당 연간 약 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각각 5척과 1척의 드릴십 계약이 취소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이들에 비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4분기 조선부문이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한 15조1826억원의 매출액을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1699억원으로 조선부문 적자에도 해양·플랜트 흑자 덕에 적자를 면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선가가 반토막나면서 조선 업황은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철강업계가 후판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선업계도 아직 회복 전이라 가격협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