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조선사, 발주처에 '불가항력' 통보4~6주 인도차질 불가피… 선주들 불신 커져기술력 한국에 다시 관심… LNG선 발주 수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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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조선사가 '코로나19(우한폐렴)' 여파로 건조 진행이 지연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큰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 발주가 임박하면서 국내 조선사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주요 외신과 조선업계에 확인한 결과, 중국의 주요 조선사들이 발주처에 잇따라 '불가항력'을 통보하면서 선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 후동중화조선을 비롯해 다롄조선, 상하이와이가오차오 등이 이같은 조치를 내린 상태다. 

    불가항력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해외업체와 거래하는 기업들이 통제할 수 없는 피해를 봤을 때 발급해주는 증명서의 일종이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면책 주장에 대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조선소들은 우한폐렴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업계에선 중국 내 야드에서 개조공사 중인 선박 200여척의 건조 진행이 지연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선박 인도에도 4~6주 정도의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며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춘절이 끝난 이후 10일부터 주요 국영조선소 중심으로 생산이 재개됐지만, 아직 우한폐렴이 완전히 진압되지 않아서다. 국영 조선소들과 달리 주요 민간조선소는 여전히 정상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신조선 인도 지연과 기존 스크러버 설치 선박 계획에도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조선사들에 대한 선주들의 신뢰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신에선 환경규제 관련 건조 규정 준수 문제로 일부 신조선 건조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술적 결함에 납기일까지 지키지 못하면서 선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중국 조선소들에 대한 불신은 전부터 계속돼왔다. 지난해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 운반선이 두 달째 운항불능으로 멈춘 것이나 최근 중국선박공업(CSSC)이 2017년 프랑스의 CMA-CGM로부터 수주한 2만3000TEU급 LNG추진 컨테이너선의 인도를 오는 2021년까지 연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조선 3사로서는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아직 중국의 고부가가치선 경쟁력이 한국에 비해 열세인 만큼, 중국 조선사들이 우한폐렴 여파로 주춤한 사이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들어 LNG선 발주 추진 움직임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최근 독일의 하팍로이드는 LNG추진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와 기존 중고선을 LNG추진선으로 개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수주에 현대중공업이 가장 유력하다고 점치고 있다. 

    3조원 규모의 모잠비크 LNG선 발주도 본격화화될 전망이다.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은 현재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LNG운반선 17척의 용선과 건조를 담당할 선주사와 조선사의 동시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세계 LNG운반선 수주잔량 가운데 한국 조선사들의 비중이 79.2%를 차지했다. 삼성중공업 37척(25.5%), 대우조선해양 31척(20.8%), 현대중공업 21척(14.1%) 등 LNG선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사들이 우한폐렴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선주들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면서 "지금이 국내 조선업계의 LNG선 관련 기술력 우위를 입증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