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장비 업체 흔들… 공급차질 우려창원 국가산단 확진자 1명, 의심자 12명울산과 거제 확진자 발생 촉각… 조선소들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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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중공업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셧다운 공포가 조선소와 조선기자재 업체로 번지고 있다. 중국산 원자재 공급 차질로 인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데다 임직원들 중에 의심 환자가 발생하는 등 감염이 확산되면서 사업장이 폐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울산)과 대우조선해양(거제), 삼성중공업(거제)이 있는 울산과 거제에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몰려있는 창원국가산업단지에 확인한 결과, 산단 내 확진자는 1명, 의심 환자는 1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1명은 조선 기자재업체 중 하나인 STX엔진 직원이다. STX엔진은 지난 25일 오후 직원 한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26일부터 본사와 공장 건물을 폐쇄하고 방역에 돌입했다. 800여명의 직원들에게는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STX엔진 관계자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공장이 정상 가동될 예정"이라며 "밀착 접촉자들은 자가 격리했기 때문에 생산 재개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주 사업인 만큼, 공장 가동 중지에 따른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빠른 대처 후 재가동에 들어가는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창원국가산단 내 의심 환자 중에는 다른 조선 기자재업체인 HSD엔진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효성중공업, 셰플러코리아, 세아창원특수강 등에서 의심 환자가 발생한 상태다. 산단측이 26일 기준으로 확인한 결과다.

    창원국가산단 관계자는 "중국에서 원자재가 들어오지 않아 생산 차질이 어느 정도 생긴 것은 각 기업마다 공통적인 사안"이라며 "단지 내 확진자는 STX엔진 직원 한명이고, 의심 증상을 보여 자가 격리시킨 사람은 12명"이라고 설명했다. 

    1만여명의 근로자가 투입되는 조선소 사정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조선소 내에서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과 거제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근로인력이 많은 만큼, 감염병이 퍼지면 타격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에 위치한 조선소들은 가동중단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조선소 셧다운과 건조지연 등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동 중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자재 공급 차질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들은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 원자재 공급이 늦어지면서 공장 생산률이 30% 가까이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창원국가산단에서는 납기일까지 부품 조달을 하지 못해 휴업하는 공장까지 나왔다. 

    조선해양기자재협회 관계자는 "중국 공장이 안 돌아가니까 소재와 부품이 들어오지 않고, 역으로 중국에 수출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생산과 판매가 되지 않다보니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어떤 곳은 문을 닫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선 3사 코로나19 확산 저지 총력… TF 꾸리고 대응위 개최


    상황이 악화되자 조선사들도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4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경남 거제시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거제는 조선업이 지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곳으로, 수만 명의 노동자가 밀집돼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각 회사별로도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각 출입문 열화상 카메라로 출퇴근 임직원의 발열을 체크 중이다. 또 회사 견학 및 일반업무 방문객 전면 출입 통제, 전 직원 마스크 지급 및 착용 의무화, 사업장내 특별방역 주기 단축 및 확대, 필수교육을 제외한 집체교육 전면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출장자는 귀국조치하고 중국 주재원은 현지 재택근무를 지시한 상황이다. 울산조선소에서는 협력사를 제외한 회사 견학 및 일반업무 방문객을 전면 통제하고 필수교육을 제외한 집체교육 금지 등을 시행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전사 코로나19 대응위원회를 개최해 상황을 '심각'으로 상향조정했다. 발열 증상이 의심되면 곧바로 선별 진료소로 방문할 수 있게 하고, 해외방문자를 포함한 방문자의 명단을 확인해 체온 체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직원들의 해외방문이력관리, 열화상 카메라 설치 등에 나서고 있다. 또한 중국지역을 비롯해 홍콩, 마카오, 대구경북지역 출장 금지, 집합교육 및 부서행사 중단, 사내선별진료소 운영 등의 조치를 실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