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사내이사 후보 조영철→가삼현으로 대우조선 인수 성공적인 마무리 의지7월초 EU 합병 심사가 마지막 관건
  • ▲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가 지난해 9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 그레이스홀에서 열린 '제16회 조선해양의 날' 기념행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가 지난해 9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 그레이스홀에서 열린 '제16회 조선해양의 날' 기념행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 사내이사로 등판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올해 그룹의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이를 위한 기업결합심사 작업을 앞장서서 진두지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해석된다.

    2일 현대중공업지주 주주총회소집 결의 공시서류를 확인한 결과, 사내이사 후보자가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에서 가 사장으로 변경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달 28일 이같은 정정관련 공시서류를 내고 정정 사유에 대해 사내이사 후보자 변경이라고 밝혔다. 

    당초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 전문가인 조 실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고 지난달 24일 공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로봇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하는 안건도 이번 주총에서 승인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나흘만에 사내이사 후보자를 변경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이 현재 그룹의 가장 큰 현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 사장이 해외 출장이 잦아 이사회 출석이 어려울 수 있음에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성공적인 M&A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가 사장을 팀장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을 추진중이다. 가 사장은 한영석 사장과 함께 지난 2018년 현대중공업 공동 대표이사에 올랐다. 가 사장은 대외적인 업무를, 한 사장은 내부 살림을 총괄하며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특히, 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최측근인 가 사장은 선박영업부문에서 정기선 부사장의 멘토로서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정 부사장과 해외 영업활동에 함께하면서 경영수업에 일조하는 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 사장은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조선해양 주총에서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소집결의를 내고 가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하는 안건을 추가했다. 현재 사내이사인 조영철 실장은 이사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물적분할을 단행하고 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과 현대중공업(신설사업법인) 두개의 회사로 분할했다. 당시 한국조선해양은 존속법인인만큼 기존 현대중공업의 이사진을 그대로 흡수했지만, 가 사장은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의 공동 대표이사로 한국조선해양 이사진에서 빠졌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재 기업결합이 현대중공업그룹의 가장 큰 현안인 만큼, 책임있는 분이 이 작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면서 "TF 팀장을 맡고 있는 가 사장 본인도 책임지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총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한 바 있다. 지금까지 승인을 받은 곳은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이 전부다. 두 회사의 합병은 심사대상국 6개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내야 한다. 1곳이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하면 M&A는 무산된다. 

    이제 남은 심사대상국은 한국·일본·중국·유럽연합(EU)·싱가포르 등이다. 이 가운데 EU는 경쟁법이 가장 발달한 기업결합심사의 핵심 국가로, 업계에선 EU가 이번 심사의 최대 난관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1월 EU의 공정위원회에 본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최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의 합병 결합심사는 7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반독점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양사가 합병할 시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20%를 상회하게 돼 전체적인 선박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예비심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가 사장은 기업결합심사 통과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열린 '제16회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서 일본 수출규제 이후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반대 우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나 우려는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에도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과 기업결합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