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가 프로젝트… 삼성重 수주 유력현대重, 아람코와 LTA MOU 기술력 조선 3사, 가격 앞세운 중국과 전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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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에 악몽과도 같았던 해양플랜트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말 기대를 모았던 해양 설비 프로젝트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조선사들도 일감 확보를 위한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6일 글로벌 정유업체 로열더치셸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봉가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프로젝트가 기술 입찰 평가를 마무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FPSO는 다음달까지 규제 점검을 마치고 예정된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로열더치셸이 지난해 10월 글로벌 조선사를 대상으로 FPSO 프로젝트 입찰서를 받으면서 시작을 알렸다. 기술 입찰 평가가 3월 초까지 마무리되면 곧 상업입찰을 개시한다. FPSO의 사업 규모는 15~2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는 삼성중공업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중공업은 과거 나이지리아에서 FPSO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현지 정부와 신뢰를 쌓은데다 현지 합작조선소도 보유하고 있어 수주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조선 기자재 일부를 현지에서 생산토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3년 나이지리아의 '에지나 FPSO'를 수주, 나이지리아 회사와 지분을 투자해 합작 조선소를 세우고 2016년 10월 완공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유일한 경쟁자는 중국이다. 중국해양석유엔지니어링(COOEC)은 이탈리아 사이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업계에선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중국이 앞서고 있지만, 기술력과 경험에서는 삼성중공업을 따라올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현지에서 '에지나 FPSO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만큼, 신뢰도가 높다"면서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무시하진 못하지만, 기술력으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 설비 부문은 지난해 조선업계가 겪은 가장 뼈아픈 악재 중 하나다. 지난해 말부터 드릴십 가동률이 반등하면서 업황이 살아나는듯 했으나,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드릴십 가동률이 하락, 계약 파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수주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해양플랜트 수주 전망을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4∼25일 사우디 담맘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아람코와 장기공급계약(LTA)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 LTA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아람코가 소유한 해상 유전·가스전 관련 각종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됐다.
이번 LTA는 전 세계 10개 회사가 체결했는데, 해당 업체들만 아람코가 발주하는 석유·가스전 공사와 파이프라인 등 각종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업계에선 아람코가 앞으로 6년 동안 100개 이상의 고정식 플랫폼 설비를 발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 현지의 합작 조선소 등 아람코와의 협력은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부사장은 이번 MOU 체결식에도 참석하며 아람코와의 사업 협력에 있어서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대중공업 측은 아직까지 해양플랜트 수주 시기와 구체적인 계획은 논의되지 않았으나, 이번 MOU 체결로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는 금액이 크고 시간이 걸리는 초대형 규모가 대부분이다. 선주가 인도를 지연시키거나 취소하면 조선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한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수익을 낼 수 있어서 이에 대한 확신이 없을 시 발주가 나오는 것도 힘들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해양플랜트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삼섬중공업이 작년 4월 계약을 체결한 인도 릴라이언스의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와 대우조선해양이 미국 셰브런으로부터 수주한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 선체 1기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드릴십 가동률이 늘어나면서 해양프로젝트 발주 규모가 지난해보다는 늘어날 예정"이라며 "다만, 규모가 크고 유가 불확실성이 커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