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원전 후유증이 덮친 두산중공업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바꾼다. 원전 부문을 줄이고 신사업 비중을 높인다. 2조 이상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애물단지인 자회사 두산건설에서도 손을 뗀다.
유동성 우려에 자본금을 10조로 늘리고 유상증자 및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회사 전반의 사업 개편 및 체질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31일 업계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의 1조원 긴급 수혈을 포함해 다각적인 자금조달과 사업 개편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어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산업은행 및 한국수출입은행과 1조원 규모의 차입 신청 및 계약 체결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해 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두산중공업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두산으로부터 두산메카텍㈜를 현물출자 받아 자본을 확충했다. 고정비 절감을 위해 최근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자구노력을 이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당장 올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가 4조2000억원에 이른다. 때문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대출을 받기로 한 것이다.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두산건설이 도화선이 됐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2013년 일산에 완공한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자금 경색을 겪어왔다. 두산중공업은 10년간 두산건설에 2조원 가량 자금을 지원했지만 두산건설의 사정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탈원전·탈석탄을 추진하면서 두산중공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두산중공업에서 원전 사업 비중은 15~20%를 차지한다. 정부 정책 탓으로 두산중공업 매출(별도기준)은 2016년 4조7053억원에서 2017년 4조3367억원, 2018년 4조1017억원으로 하향세를 보였다. 지난해는 매출 3조7086억원, 영업이익 877억원, 당기순손실 495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9.6%, 52.5%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두산건설 매각설은 작년부터 시장에서 꾸준히 흘러 나오고 있다.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애물단지이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서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 매각과 유상증자 및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계획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채권단과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겠지만, 두산건설 매각과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추가적인 자금조달 준비도 마쳤다. 지난 30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자본금 한도를 선제적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 안건도 통과시켰다. 자본금 한도는 기존 2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도 각각 기존 대비 4배인 2조원으로 확대했다.
또 두산중공업은 원전 사업 대신에 신사업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도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2023년까지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하는 중장기 수주 포트폴리오를 수립했다. 가스터빈, 신재생, 서비스 등으로 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 위기를 이번에 해소하지 못한다면 자칫 그룹 전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두산건설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올해 만기 도래하는 4조2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관련해 이 중 4월 6000억원 규모의 외화공모사채는 지급보증을 섰던 수출입은행의 대출전환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5월 BW는 최대 상환 요청 규모가 4000억원 수준인데, 두산중공업이 자체 보유한 자산과 현금으로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은행권 대출은 만기 및 상환 연장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외 CP, IB Loan, 전단채 중 5700억원이 상반기 만기인데, 이번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으로 상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