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자립 기조세마포 "美정부, 인텔 추가 지원 논의"인텔 "2030년까지 파운드리 2위"삼성전자 파운드리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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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확정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자국 우선주의’ 강화에 따라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중국으로의 AI칩 수출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나오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자립 기반을 만들 것이란 관측이다. 그간 트럼프는 해외 기업이 주도하는 파운드리 시장에 꾸준히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실제 최근 미국 온라인 매체 세마포(Semafor)에 따르면 미국 정부에서는 인텔에 이미 책정된 수십억 달러의 정부 지원금을 넘어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논의에 나선 상태다.  반도체지원법(칩스법·CHIPS)을 통한 직접 지원 외에도 파운드리 분리·매각 등이 논의되고 있다. 통상 경쟁사와의 합병은 반독점 규제로 인해 허용 가능성이 낮지만 정부가 긴급 상황으로 규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즉, 반독점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 인텔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앞서 인텔은 연초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의 누적된 손실은 회사 전체의 위기로 확대된 상태다. 올해 상반기까지 인텔의 누적 적자는 53억달러(한화 약 7조5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텔살리기에 본격 나서는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에게는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대만 TSMC와 중국 SMIC, 인텔 등의 추격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 위기’에 놓여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TSMC와의 격차가 좀처럼 줄지 않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점은 부담이다. 

    수주 확대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수율(양품 비율) 문제와 대형 고객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대(對)중 제재 수위를 높여가면서 중국향 AI칩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화웨이 AI칩에서 TSMC의 첨단 파운드리 기술이 활용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국은 TSMC에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 수출을 제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당초 업계에서는 TSMC의 대중 수출 제한으로 삼성 파운드리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7나노 이하 공정으로 위탁생산이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3곳뿐이다. 이에 공급망 다변화를 노리는 중국 팹리스 기업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제재가 강화되면서 마냥 중국향 수출을 늘리긴 어려운 처지다. 삼성전자의 경우 TSMC 대비 중국 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대중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는 경우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 8인치 웨이퍼 팹의 경우 중국 SMIC가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적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시장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하고 있다. 거듭 제기되는 파운드리 사업 분사설이 대표적이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을 분사하는데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사업을 키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분기마다 늘어나는 조단위 적자에 이미 파운드리 사업은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파운드리 투자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가동 시점도 2025년에서 2026년까지 미루기로 했으며, 경기도 평택 파운드리 공장의 라인 일부를 메모리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여러 밴더들로부터 칩 제조를 의뢰받고 실패를 통해 경험치를 쌓아야 성장을 할 수 있는데 여러 가지 문제들로 삼성 파운드리에 칩 제조를 맡기는 회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수율을 잡기 위해선 결국 대규모 투자가 지속돼야 하는데 분사를 통해 상장하면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고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