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양대 조선소 합작사 설립… 공동 영업·마케팅 중국 1,2위 합병 완료… 20% 선가 할인 제시대우조선 결합 서둘러야… 고부가 기술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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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조선사들이 오랜 업황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형화 전략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 등에서도 대규모 조선소 합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중일 3국간 수주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본과 중국의 대형화 시너지가 당장 발휘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지만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본의 양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합작사 설립이 본격화됐다. 아마바리조선은 JMU가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해 30%의 지분을 확보하며 공동 최대주주가 된다. 합작조선소 일본 십야드(NSY)는 오는 10월 출범할 예정이다.
앞서 이마바리조선과 JMU는 업무제휴와 합작사 설립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마바리조선이 51%, JMU가 4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제외한 선박을 대상으로 영업과 마케팅, 연구설계, 계약 등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중국도 지난해 10월 중국 최대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2위 중국선박중공(CSIC)이 합병하는 구조조정안을 승인했다. CSSC가 지난해 기준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11.5%, CSIC가 7.5%인 점을 감안하면, 합병으로 중국은 전체 점유율 19%의 초대형 조선소를 확보하게 된다.
규모는 120조원에 달하며 이는 국내 조선 3사 매출을 더한 것보다 2배 이상이다. 건조량 기준으로도 지난해 CSSC와 CSIC 합병기업이 총 1022만톤을 건조한 것과 비교해 현대중공업그룹(757만톤)과 대우조선해양(461만톤)은 1218만톤의 건조량을 나타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국 조선소들은 코로나19 타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체들은 6개월 전 대비 20% 할인된 선가를 제시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계가 이처럼 대형화에 사활을 거는 것은 구조조정과 통·폐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규모를 키우면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형화에 따라 수주 경쟁 또한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529만CGT(수정환산톤수)로 전년 3108만CGT 대비 18.6% 감소했다. 2015년 4313만CGT와 비교하면 41.4% 급감한 수치다. 매년 선박 발주량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글로벌 조선사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이 일찍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착수했다. 지난해 3월 인수 관련 본 계약을 체결했으나 현재까지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우리나라 공정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심사 결과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대형화 추세에 따라 경쟁은 심화될 전망이지만, 업계에선 중국과 일본 업체 합병은 시너지 효과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관측한다. 일본 합병의 경우 설계 기술 공유에 LNG운반선 기술이 빠졌다. 기술공유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 LNG운반선 기술인 만큼, 이에 따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의 합병 실익도 우리나라에 비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컨트롤 타워가 이미 일원화된 국유기업 간 합병이며, 조선업체가 지리적으로 산재해 합병 실익이 낮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미 양사의 공동연구, 설계 체계가 구축돼 있어 기술적인 시너지 효과도 미미하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가 합병을 선언하면서 한국 조선소가 합병에 성공할 경우 결합된 4개의 조선소가 세계 시장의 거의 절반을 장악하게 된다"면서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의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