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SK이노베이션 재검토 요청 받아들여LG화학 유리한 고지… SK이노 실낱 같은 희망 10월 최종결정… 美 행정부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美 경제 경쟁 조건 및 '공익' 여부 최대 변수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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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 SK이노베이션의 예비결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향방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LG화학이 여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에게 실낱같은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결정한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3일 ITC에 '예비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한데 따른 조치다. 

    앞서 지난 2월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혐의가 명백하다며 LG화학에서 제기한 받아들였다. 당시 ITC는 판결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인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경쟁사인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봤다. 이후 소송이 제기돼 증거를 보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문서를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고 판단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문서를 삭제해 완전한 사실관계 자료(증거) 확보 자체를 방해했으며 남아 있을 수 있는 문서를 복구하기 위해 내려진 포렌식 명령도 고의적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ITC의 이번 결정을 통상적인 절차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10년부터 2018까지 진행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당사자가 요청한 예비결정 재검토는 모두 진행됐지만, 결과가 뒤집어진 사례는 없었다.

    ITC는 오는 10월 초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부품과 장비 등 일부에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ITC가 '전면 재검토'라는 표현을 썼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ITC가 공중보건·복지와 미국 경제의 경쟁 조건, 미국 소비자 등과 관련한 '공익(public interest)'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내 투자 활동 감안 및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 등이 최종 판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을 늘리고 싶어한다"며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 바 있다. 

    ITC의 예비결정대로 최종 판결이 이뤄질 경우 자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망자가 4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실업률은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2월 3.5%에서 3월 4.4%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365조원의 예산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총 2조원 가량을 투자한 미국 내 배터리 공장과 미국 내 고용 창출 효과, 추가 투자 계획 등이 철회될 경우 미국 입장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 2013년 삼성이 ITC에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3G 이동통신 특허침해 소송'에서는 애플의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때 미국 내 공익성 저해도 미국 정부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이유 중 하나였다.

    이와 함께 지난 2018년에는 애플이 퀄컴의 배터리 관련 특허 침해에서도 "대중의 이익을 고려할 때 퀄컴이 요구한 아이폰의 미국 내 반입 금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향후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배터리 영업비빌 침해는 LG화학이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ITC에 소송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같은해 11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을 이유로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