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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이 자금세탁방지 미흡으로 1000억원이 넘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기업은행은 문제발생을 인지한 수년 전부터 금융선진국인 미국의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 눈높이에 맞춰 시스템을 대폭 손질했다. 새 단장을 마친 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업금융에만 몰두한다는 전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20일 미국 연방 검찰과 뉴욕주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요건 불충족으로 총 8600만달러(약 1058억원)의 제재금을 부과 받았다. 미국 수사기관이 2014년 5월 조사를 시작한지 6년만이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이 매년 16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는 상황에서 미국 제재로 인한 브랜드 신뢰하락 등 무형손실까지 감안하면 기업은행은 고액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앞서 지난 2017년 농협은행이 유사한 사유로 미 금융당국으로부터 1100만 달러(약 120억원)의 제재를 받은 것과 비교해도 상당한 금액이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인력과 비용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개편을 해왔다. 65만 달러(약 8억원)를 들여 자금세탁의심거래 모니터링 자동시스템을 새로 도입했고, 뉴욕지점의 컴플라이언스 인력을 기존 1명에서 10여명으로 늘렸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뉴욕금융감독청은 지난해 기업은행의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효과적이고 적절한 상태에 있다고 평가했다.
환골탈태는 했지만 숙제는 남아 있다.
제재의 후속조치격인 사후보고와 촘촘해진 감사 시험대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이다.
미 금융당국은 통상 1년~2년 주기로 금융사 감사에 나서지만 제재 등 행정적 조치를 받은 금융사에 대해서는 감사와 보고 주기를 빠르게 운영한다. 기업은행은 뉴욕금융감독청에는 향후 1년 동안 분기별로, 미 연방 검찰에는 2년 간 반기에 한 번씩 자금세탁방지 관련 이행 현황을 보고하고 감사를 받아야 한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현상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뉴욕지점은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을 병행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때 미국 뱅코프에 소매금융을 넘긴 이후로 기업금융에만 집중해왔다. 앞으로도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기업금융에 몰두하고 당분간 지점추가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일을 계기삼아 글로벌 금융기관의 법령준수를 철저히 하고 자금세탁방지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개선-유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