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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일본에 정식 출시하며 한국 상륙에 대한 이슈가 다시금 대두되는 가운데, 국내 이통사와 디즈니간 망 사용료를 놓고 어떤 협의를 이룰 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사실상 해외 업체들에 대한 직접적 행정 집행이 불가능해 디즈니+ 상륙이 '제2의 넷플릭스 논란'으로 번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월트 디즈니의 동영상스트리밍업체(OTT) '디즈니+'가 지난 11일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와 손잡고 현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시아에선 인도에 이어 두 번째며, 1개월 이용료는 700엔(약 8000원)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디즈니+의 내년 한국 진출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내 디즈니 영화와 테마파크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직격탄을 맞아 무조건적인 영토확장 보단 잠시 숨고르기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망 사용료를 둘러싼 이통사와 디즈니간 협상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지난 국회서 막차를 탄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할 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업계는 국내 이통사가 디즈니에 망 사용료를 받아내기 힘들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먼저 디즈니 측에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들과의 형평성 이슈를 제기하며 사용료 지급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최근 망 사용료를 놓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소송이 진행 중이나, 결과론적으로 현재 글로벌 CP들이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서비스를 운영 중이기 때문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아시아 시장에서 인도, 일본이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방향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한국에도 같은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크다.
해외 CP와 현지 통신사간 망 사용료 문제는 대부분 '비밀 유지계약'을 적용하고 있어 정보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통사 입장에서도 '울며 겨자먹기'식 관련 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여건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해외 CP에게도 이용자보호 책임이 부과됐지만,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 책임을 지게했다. 사실상 직접적인 행정력 집행이 불가능하다.
또한 유료방송 M&A를 통한 몸집불리기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하면, 가입자 확대 및 '락인' 효과가 분명 존재한다.
실제 넷플릭스를 입점시킨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가입자가 45만여명 늘었고, IPTV 매출도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넷플릭스 망 이용료 공방을 두고 KT와 LG유플러스가 별다른 성명을 내지 않고 관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SK텔레콤 입장에선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넷플릭스와 소송을 진행하며 해외 CP들에게 돈을 받겠다는 기조를 유지 중인데, 디즈니 측에 사용료를 요구했다가 경쟁사에 디즈니+를 뺏길 가능성도 있다.
KT, LG유플러스 역시 해외 CP와의 제휴를 노리며 관련 가능성을 지속 시사하고 있다.
KT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사 OTT '시즌'은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고 다른 업체들과의 제휴를 고려 중"이라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말 넷플릭스와 계약 기간이 끝날 것으로 알려진 LG유플러스도 추가 플랫폼 유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여러 OTT 플랫폼에 대해 전략적 관점에서 오픈된 자세로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즈니+'가 출시 5개월여 만에 가입자 5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행진을 이어가며 국내 이통사들의 유치 경쟁도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CP들의 '공짜망 이용' 문제가 꾸준히 도마에 오르는 가운데, 이통사들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근거 삼아 망 사용료를 받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