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작년 7월 제도 도입 위한 노사 합의법제화 이유로 1년째 시행여부 결정 안해국책은행서 올해 첫 나눔 적용 사례도 나와
  • ▲ 신용보증기금 본점 전경. ⓒ신용보증기금
    ▲ 신용보증기금 본점 전경. ⓒ신용보증기금
    금융공공기관 중심으로 아픈 동료에게 휴가를 기부하는 '휴가나눔제'가 확산하는 가운데 신용보증기금만 1년째 제도 시행에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보증기금은 작년 7월 노사 합의를 통해 휴가나눔제를 도입했다. 당시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법제화 및 타 기관 활용 사례를 검토해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에 서명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근거법령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행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휴가나눔제는 질병, 사고, 장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에게 야근 등 시간 외 근무시 주어지는 보상휴가(대체휴가)를 기부해 최대 1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중증질병에 걸려 투병 중이지만 휴직 기한이 만료돼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직원에게 장기간 치료를 보장함으로써 생명권을 보호하는 게 핵심이다. 

    이 제도는 2011년 프랑스에서 암 투병 중이던 9살 소년 마티를 간호하기 위해 가족들이 부여된 휴가를 모두 사용했으나 병세는 더 악화됐고, 마티 아버지의 직장동료들이 유급휴가 170일을 모아준 데서 시작됐다. 이후 2015년 유급휴가를 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제화(일명 마티법)까지 이뤄졌다.

    휴가나눔제가 법제화되려면 국회에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하지만 선진국보다 연차 사용 문화가 정착하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2015년 12월 '한국판 마티법'으로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심사가 이뤄지지 못한 채 19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자동폐기됐다.

    사실상 신보가 제도를 시행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픈 직원에게 휴가를 기부하는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노사 합의를 통해 제도 도입까지 이뤄냈지만 유명무실 돼버린 셈이다.

    신보는 "도입 합의 당시 근거법령이 마련된 후 타 기관의 사행 내용 등을 점검해 우리 기관에 도입이 적합한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며 "내부적으로 긴급한 수요가 없다 보니 시간을 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보보다 앞서 휴가나눔제를 도입한 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기업은행 모두 법제화에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법·제도적 자문을 구해 내부규정 개정을 완료한 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도 도입 후 1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에서 휴가나눔 적용 사례도 나왔다. 최근 기업은행 직원들은 암이 재발한 동료를 위해 십시일반 휴가를 기부, 20분 만에 기간 1년을 채우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렇듯 금융공기업 중심으로 휴가나눔제가 확산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때 공공기관 노동자의 복지가 국가공무원 수준으로 축소된 탓이다. 업무상 인병휴직 기간은 '요양기간'에서 '3년 이내'로, 비업무상은 '최대 3년'에서 '2년 이내'로 축소됐다.

    지침시행 이후 공공기관들은 노동자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 문제를 정부 측에 전달해 인병휴직기간을 포함한 건강권과 관련 제도의 원상회복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금융노조 산하 국책금융기관노동조합협의회 중심으로 휴가나눔제 도입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