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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에 이어 KT에서도 넷플릭스 서비스가 제공되는 가운데, SK텔레콤이 '디즈니+' 유치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디즈니+가 국내 시장 진출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할 공산이 커 경쟁사에 디즈니+를 뺏길 우려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금일부터 자사 IPTV 서비스인 올레 tv 내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넷플릭스는 1억 9300만개의 유료 멤버십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다. '킹덤', '인간수업'과 같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 등 전 세계 TV 시리즈와 다큐멘터리, 장편 영화를 광고없이 시청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8년 11월 LG유플러스와 독점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나, 이번 KT와의 제휴로 시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올 하반기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간 파트너쉽 계약이 종료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서 나오기도 했지만, LG유플러스 측은 내년에도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KT는 'IPTV 서비스의 OTT화'를 내걸며 자체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구상했다. 그러나 해외 OTT 유치로 인한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 확대 및 '락인' 효과에 KT도 넷플릭스를 끌어안을 수 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SK텔레콤은 '디즈니+'와의 제휴로 맞불을 놓을 심산이다.
SK텔레콤이 망 사용료를 놓고 넷플릭스와 소송을 진행 중인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게다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11월 기자들과 만나 "(협상을 위해) 디즈니와 만났고, 재밌는 것을 가져왔는데 아직 말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접촉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초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여파로 디즈니+의 국내 상륙 시기가 여전히 미지수다.
디즈니는 최근 10만명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디즈니 전체 직원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 조치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디즈니+ 한국 지사 개소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디즈니+의 한국 진출을 코로나 사태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로컬로 사업을 전개하려면 해당 국가에 관련된 지사 개념의 인적 배분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직원 절반 수준의 10만명이나 휴업할 정도라면 매출 상쇄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비용 절감 및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기를 기다릴 것"이라며 "물론 월트 디즈니와 디즈니+ 영역이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비용 절감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즈니 측에서 기존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들과의 형평성 이슈를 제기하며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업계는 디즈니+가 다른 이통사에게도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SK텔레콤은 넷플릭스와 소송을 진행하며 해외 CP들에게 망 사용료를 받겠다는 기조를 유지 중이다. 디즈니 측에 사용료를 요구했다가 경쟁사에 디즈니+를 뺏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망 사용료를 받지 않고 디즈니+를 유치할 경우, 기존 입장과 대치되는 처사여서 '제2의 넷플릭스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크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KT는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에게 망 사용료를 따로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망 사용료 공방을 두고 KT와 LG유플러스가 별다른 성명을 내지 않고 관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해외 CP에게도 이용자보호 책임이 부과됐지만,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 책임을 지게했다. 사실상 직접적인 행정력 집행이 불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 유치를 통해 미디어 사업 몸집불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은 디즈니+의 국내 진출을 기약할 수 없어 상황을 관망만 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디즈니+가 국내 진출한다 해도 망 사용료를 놓고 한바탕 분쟁 이슈가 일 것으로 보여 관련 대비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