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회장 "쫄지말자"…디지털 전환 독려 인재영입해 디지털 조직 꾸리고…새 플랫폼 도입 금융권 "비대면 확산속 네이버·카카오와 경쟁 심화"
  •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은 최근 디지털 관련 내부 회의서 "쫄지말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의 공습이 가속화에 따라 기존 은행업이 위협받자 나온 이야기다. 기존 금융사가 가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지털 분야를 강화한다면 충분히 경쟁해 볼만하다는 의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디지털 강화'에 사활을 걸고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고 은행장 직속의 새 조직을 신설하고 나섰다. 

    내년 8월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을 앞두고 빅테크와 '플랫폼' 경쟁을 하기 위해선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다. 

    KB국민은행은 큰 틀에서 금융플랫폼 기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의 앱 안에서 다른 앱을 오갈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추진 중이다. 금융, 카드, 부동산 등 다른 KB 계열사 앱을 앱 안에서 간편하게 이동이 가능해진다. 

    이와 별도로 국민은행은 지난 9월 IT전문가 24인으로 구성된 패널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금융IT 대응 전략을 꾸리고 있다. 이우열 IT그룹 부행장을 비롯해 각 분야별 외부 전문가를 수혈했다. MS 최기기술위원 신용여 박사, 임진식 아마존웹서비스 상무, 김화종 AI 신약개발지원센터장 등이 이름이 올렸다. 

    신한은행 역시 새 플랫폼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준비에 들어갔다. 신한금융차원서 금융과 비금융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은행 업무가 필요하지 않은 고객들까지 신한앱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기술적인 조직도 마련했다. 최근 은행장 직속으로 '디지털 혁신단'을 꾸려 ▲AI 유닛 ▲마이데이터 유닛 ▲데이터 유닛 ▲디지털R&D센터 등 네 개의 조직을 구성했다. 혁신단을 이끌 리더도 외부서 영입했다.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 C&C 상무다. 은행권에서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인재를 영입한 것은 드문 일이다.  

    하나은행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내부 교육 플랫폼을 마련했다. 하나금융그룹과 'DT유니버시티'를 출범, 디지털 맞춤형 실무 교육에 들어갔다. 하나금융지주내 김정한 전무가 ICT 총괄을 맡고 있다. 김 전무는 실리콘밸리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우리은행도 디지털 변화의 한복판에 섰다. 최근 조직개편서 기존 조직 디지털분야에 DT 추진단과 AI 사업부를 신설했다. DT 추진단에는 디지털전략부, 빅데이터사업부, AI사업부, 스마트앱개발부를 각각 뒀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으로 그룹사 통합플랫폼인 '우리 WON투게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앱에서는 우리은행 계좌, 카드 등 내역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전환은 생존의 문제가 됐다"면서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플랫폼 개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