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이재용 부회장 실형 선고 유감투자 불확실성에 '일자리 창출·경제 활성화' 차질 우려현장 찾아 '협력사 상생' 외쳤지만… "구심점 사라졌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 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의 지속가능경영도 추진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인수합병(M&A) 등 '뉴삼성'을 향한 대규모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배당 확대 등 새로운 주주친화정책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에서도 이 부회장 공백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날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유감을 표했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입장문을 통해 "이 부회장은 코로나발(發) 경제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데 일조해 왔는데, 구속판결이 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정책 가속화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향후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고용 계획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말까지 180조원 투자 중 130조원에 대한 국내 투자와 4만명 고용도 각각 완료했다. 2018~2020년 3년 동안 연간 9조6000억원을 배당한 주주환원계획도 지난해 말 종료됐다.

    하지만 총수 부재가 현실화 되면서 향후 투자와 고용이 불확실해졌다. 경제단체에서 한국 경제 위기에 우려를 표한 이유다.

    실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기 전까지 매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는 구속 후 중단됐다. 대규모 M&A도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기 3개월 전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치열한 기술 경쟁 속에 대규모 투자와 M&A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인해 '초격차'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을 포함한 국내외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나 유망 기업 인수합병도 한동안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최근 재계 화두로 떠오른 ESG를 비롯해 사회공헌(CSR), 동반성장 등 지속가능경영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이 부회장 지휘 아래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SSAFY는 삼성이 지난 2018년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으로, 국내 정보기술(IT)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이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청년들이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는 것은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청년 소프트웨어 교육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 2019년 8월에는 SSAFY 광주캠퍼스를 방문해 소프트웨어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교육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또 이 부회장은 올해 첫 경영 행보로 평택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중소 협력사들과 힘을 모아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등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신년 첫 경영 행보에 협력사 대표들이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 부회장이 올해 협력사와의 상생을 경영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구성원 및 협력사와 만남을 갖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대기업 오너의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이 부회장을 구심점으로 협력 관계가 구축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은 고(故) 이건희 회장 때부터 중소기업 인력양성을 위한 연수원 건립과 정보화 지원 등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모범적으로 노력해 왔다"며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삼성이 우리경제에 차지하는 역할과 무게를 감안하면 당면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경제 생태계의 선도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이 충분히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대기업의 투자확대 여부는 663만 중소기업 발전과도 직결돼 있다. 중소기업은 10개 중 4개가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으며, 대기업 수급 중소기업은 매출액의 80% 이상이 협력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삼성전자의 경영 불확실성은 협력사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열린 국정 농단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을 통해서도 동반 성장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중소기업, 벤처기업, 학계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우리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것이 이뤄질 때 저 나름의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대신해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이끌겠지만 중대한 의사결정은 10년, 20년 뒤를 바라보는 오너가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전에 계획된 투자 집행 외에 새로운 대규모 투자나 M&A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는 삼성의 지속가능경영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