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2.9%보다 0.2%P↑… 11개 선진국 中 가장 높아세계경제 회복 '엇갈려'… OECD 0.8%P↓·WB 0.4%P↓ vs IMF 0.3%P↑전문가 "수출-내수 간 괴리 커"… '나이키형' 회복 전망
  • ▲ 경제성장.ⓒ연합뉴스
    ▲ 경제성장.ⓒ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2.9%)보다 0.2% 포인트(P) 올렸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3.2%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상반기 우리 경제가 코로나19(우한 폐렴) 이전 수준을 회복할 거라며 빠르게 반등하는 이른바 '브이(V)자형' 회복을 자신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국제기구들이 내놓는 전망치가 엇갈리고 있어 회복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나이키 로고처럼 '스우시형'의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일 거라는 견해다. IMF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 낮춰잡는 등 성장 모멘텀이 둔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합산성장률은 자료를 공개한 11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IMF는 26일 세계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했다. IMF는 매년 4월·10월 2차례 각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고, 1월·7월 수정보고서에서 주요국 위주로 전망치를 조정한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5.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전망치(5.2%)보다 0.3%P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봉쇄로 올 초 성장세가 약화하겠지만, 백신·치료제 보급이 확대되면서 2분기에 경기 회복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IMF가 가정한 기본 시나리오는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의 경우 올해 여름, 나머지 대부분 국가는 내년 하반기까지 백신 보급이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는 전제에서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내년 말까지 현재의 저금리를 유지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선진국은 4.3% 성장할 거로 예상했다. 앞선 전망치보다 0.4%P 개선될 거로 봤다. 강력한 정책지원 속에 여름쯤 광범위하게 백신이 보급될 것으로 기대했다. 프랑스 5.5%, 미국 5.1%, 영국 4.5%, 일본 3.1%, 이태리 3.0% 등이다.

    신흥·개발도상국은 6.3% 성장할 거로 관측됐다.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0.3%P 상향 조정됐다. 나라별로 경기회복 양상은 다르지만, 중국(8.1%)과 인도(11.5%)가 성장률을 견인할 거로 분석했다.
  • ▲ 주요국 실질GDP 수준.ⓒ기재부
    ▲ 주요국 실질GDP 수준.ⓒ기재부
    한국은 올해 3.1% 성장할 거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2.9%)보다 0.2%P 올랐다. 특히 지난해 성장률을 마이너스(-)1.9%에서 -1.1%로 조정했다. 이는 자료가 공개되는 주요 선진국 11개국 중 성장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성장률을 더한 합산성장률 역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실물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정도가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20~2021년 합산성장률은 한국 2.0%, 미국 1.5%, 독일 -2.1%, 일본 -2.2% 등이다.

    다만 내년 전망치는 한국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는 내년 세계 경제가 4.2% 성장할 거로 봤다. 지난해 10월 전망과 같다. 선진국은 3.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선 전망치(2.9%)보다 0.2%P 올랐다. 반면 한국은 2.9% 성장이 전망됐다. 지난해 10월(3.1%)보다 되레 0.2%P 떨어졌다. IMF가 기본 시나리오에서 올해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나라에서 적자가 줄고 재정수지가 개선될 거라고 봤는데도 성장 추진력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 ▲ 코로나19로 암울한 세계 경제.ⓒ연합뉴스
    ▲ 코로나19로 암울한 세계 경제.ⓒ연합뉴스
    이번 IMF 전망은 애초 예상됐던 것보다는 수치가 긍정적으로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OECD  2020~2022년 세계 경제전망'에서 세계 경제가 올해 4.2%, 내년 3.7% 각각 성장할 거로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5.0%에서 비교적 큰 폭(0.8%P)으로 내렸다. 백신·치료제 개발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은 올해 2.8% 성장할 거로 전망했다. 지난해 9월 전망치(3.1%)보다 0.3%P 낮았다.

    세계은행(WB)도 올해 세계 경제 회복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봤다. WB는 이달 초 내놓은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3.8% 성장할 거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6월 발표한 전망치(4.2%)보다 0.4%포인트(P)나 낮췄다. 그나마 이는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전제하에 나온 전망이다. WB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 백신공급 실패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WB 1월 보고서에는 한국에 대한 전망치는 빠졌다. 하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성장률 전망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IMF는 코로나19 재확산과 세계 각국의 봉쇄조치 강화, 성급한 정책지원 중단 같은 하방위험과 백신·치료제 개발·보급, 추가 재정 확대 등 상방위험이 뒤섞여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본 시나리오에서처럼 백신 보급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성장 모멘텀이 더 강화할 거로 판단한 듯 보인다.
  • ▲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연합뉴스
    ▲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연합뉴스
    일각에선 IMF가 지난해 성장률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 OECD -1.1%, 아시아개발은행(ADB) -0.9%, 한국은행 -1.1% 등 많은 국내외 기관이 -1.0%대 초반의 성장률을 예상했지만, IMF는 -1.9%로 크게 빗나갔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는 기관마다 분석예측 모델·방식이 다를 수 있고 분석 시점에 따라 조사대상국의 통계자료가 변화할 수 있는 만큼 분석이 실패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기관의 전망 수치는 절대적인 게 아니어서 예측치를 나중에 수정·보완하는 것"이라며 "통상 OECD는 조사대상국 통계당국의 자료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쓰는 데 비해 IMF는 자체적으로 산출한 자료에 더 초점을 두는 편이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작성할 때 IMF는 코로나19 사태를 부정적으로 봤으나 이후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백신 승인·접종을 서두르고 미국과 일본 등이 추가로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지난해 하반기 성장 모멘텀이 애초 예상을 웃돌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가 지난해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반등하겠지만, 'V자형'이 아니라 '나이키형'의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일 거라는 의견이 많다. 수출이 코로나19 사태에도 선방하면서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얼어붙은 내수가 악재로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1.3%, 2분기 -3.2%, 3분기 2.1%, 4분기 1.1%다. 성장률 기여도는 수출이 1.3%P, 민간소비는 -0.8%P였다. 수출이 성장률을 1.3%P 밀어 올렸지만, 민간소비가 0.8%P 주저앉혔다는 뜻이다. 수출이 3분기 이후 두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했지만, 내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는 얘기다.

    성 교수는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지표가 개선될 것이나 내수는 불안해 수출-내수 간 괴리가 클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에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비용 문제 등 노동개혁 문제에 대한 충격이 남아 있어서 경제회복에도 국내 경기는 전반적으로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이날 지난해 GDP 성장률을 설명하며 "올해 경제 성장률을 대부분 3%쯤으로 전망하는데,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고려할 때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없다"며 "여전히 코로나19가 남아 있는 만큼 (경기 회복 전망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