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제휴, 시중가 대비 500원 낮게정부 과로사 합의기구에도 '찬물'10년 누적적자 1兆… 세금으로 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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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택배의 운임할인 이벤트가 업계의 눈총을 사고 있다. 배송기사 과로사 대책 재원 마련을 위해 추진 중인 단가 인상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다. 현재 업계는 정부 주도의 과로사 합의기구를 통해 과로 대책, 운임 조정 등을 논의 중이다.10일 업계에 따르면 우체국은 11번가 제휴 이벤트 ‘상생택배’를 진행 중이다. 11번가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5월 말까지 할인 운임을 제공하는 행사다. 1kg 미만의 소형 택배의 경우 2300원부터 발송 가능하다.관련 공지는 “우체국 평균 운임 대비 500원 저렴”, “1건부터 발송 가능, 10건 이상은 픽업(집화) 서비스 제공”, “도서산간, 제주 배송 추가비용 없음” 등으로 서비스를 안내한다. 민간 택배사 대비 운임은 낮고, 서비스는 더 많이 제공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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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격앙된 반응이다. 현재 정부 주도의 과로사 합의기구 논의 내용을 거스르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달 재개된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회의에서 운임 인상, 적정 수수료율 등 비용과 관련해 논의 중이다.과로 방지의 근본 대책이 수익 확대와 투자라는 관점에서다.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주요 택배사는 지난해 과로사 논란 이후 6000여 명의 현장 지원인력을 투입했다. 인력 투입으로 3사는 연간 총 1000억원 가량을 추가 지출 중이다.택배 업계는 수년 동안 ‘저마진 콤플렉스’에 시달려왔다. 화주 유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출혈 경쟁 때문이다.3사 모두 택배 매출 비중은 30~40%에 달하지만, 연간 이익률은 1~3%에 그친다. 수백억 적자를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택배 평균 단가가 1998년 3789원에서 2018년 2229원으로 약 41% 낮아졌다고 집계했다.업계 관계자는 “공인 사업자인 우체국은 민간 택배사가 못 미치는 도서산간 배송 등 국민 편익에 집중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매년 수천억의 적자를 내고도 민간택배사의 단가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이어 “과로사 대책으로 운임 인상을 논의하고 있는 시기에 시중 택배비보다 낮은 행사 요금을 제시하는 게 황당하다”며 “정부와 업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고 덧붙였다.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우체국 택배 포함)은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 적자 439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1000억원을 넘었다. 2011~2019년 누적 적자는 6072억원. 인건비 증가와 우편 매출 감소로 지난해는 3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10년 누적 적자 합산 시 약 1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