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J대한통운, 주 7일 배송 도입 주도한진·롯데, 빅2에 밀려 입지 약화 우려 "아직 검토 중, 상황 지켜볼 것" 공통 입장휴일배송, 친환경 등 특화 전략 승부수
  • 택배업계에 ‘주 7일’ 배송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쿠팡이 공격적인 행보로 시장을 잠식해오자 기존 플레이어인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등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 7일 배송이 향후 택배업계의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업계 상황과 향후 과제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 ▲ 한진의 인천공항GDC 전경 모습. ⓒ한진
    ▲ 한진의 인천공항GDC 전경 모습. ⓒ한진
    쿠팡에 이어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 도입을 선언하면서 택배업계는 양강(兩强) 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주 7일 배송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운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특화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그 결과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8월 20일, 주 7일 배송시스템과 택배기사 주 5일 근무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CJ대한통운은 현재 대리점연합회, 택배노조 등과 주 7일 배송 도입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했으며, 이듬해부터는 주 7일 배송에 나섰다. 내년부터는 자사와 위탁계약을 맺은 전문 배송업체 소속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격주 주 5일 배송제와 의무 휴무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 택배업계는 ‘주 6일 배송, 주 6일 근무’가 일반적이지만 쿠팡과 CJ대한통운의 행보로 ‘주 7일 배송, 주 5일 근무’ 형태로 서서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빅2가 주 7일 배송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빅2가 시장 장악력을 높이면서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택배업계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주 7일 배송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양사 관계자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많은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면서 “우선 타 업체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주 7일 배송에 대해 검토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 ▲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수소화물차 모습. ⓒ롯데글로벌로지스
    ▲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수소화물차 모습. ⓒ롯데글로벌로지스
    업계에서는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주 7일 배송 시스템을 소화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쿠팡과 CJ대한통운을 제외하고 365일 배송과 주 5일 근무를 도입할 여력이 있는 업체는 당장 나타나기 어렵다”면서 “이로 인해 두 회사로 물량 이탈이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주 7일 배송을 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신에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특화 전략을 내세우면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진은 휴일 배송 확대에 나섰다. 네이버쇼핑 NFA 물량의 경우 2022년 12월 도착보장으로 처음 배송에 참여했다. 올해 2월부터는 휴일에도 상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일요배송’을 시작했다. 

    C커머스(중국발 직구) 물량도 올해 7월 중순부터 휴일 배송을 개시했다. 우선 서울 지역에 먼저 서비스를 적용했으며, 경기 주요 지역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해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한진은 2020년 인천공항 자유무역지대에 ‘인천공항GDC’를 건립했다. 이후 100억원을 투자해 하반기부터 자체 통관장 운영 캐파를 월 100만박스에서 220만 박스로 2배 늘렸다. 
  • ▲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특화전략으로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한진
    ▲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특화전략으로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한진
    올해 1월 개장한 대전 스마트 메가허브터미널도 가동이 안정되면서 하루 처리 물량이 기존 215만박스에서 288만박스로 증가했다. 네트워크 개편과 자동화로 조업비용은 기존 대비 12% 감소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친환경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수소화물차(11톤)를 택배 사업에 도입했고 올해 7월 3대까지 늘렸다. 향후 2030년까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의 100%를 친환경 차랑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한진의 경우 조현민 사장이 2020년 9월 한진 마케팅 총괄 전무로 경영에 복귀했으며, 2022년 6월에는 ‘섹시한 물류’를 내세운 바 있다. 조 사장이 한진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택배사업에서의 ‘확실한 성과’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내년 초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재무적 투자자와 맺은 풋옵션 행사를 면하기 위해서는 IPO에서 1조5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택배, 물류 사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 이를 회복하는 게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