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으로 변한 유저 성향...불매운동·트럭시위 서슴지 않아게임사, 자율규제 강화 및 확률 공개로 뒤늦은 움직임 타 서비스 업종 타산지석 삼아 고객 관리 방법 배워야
  •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흑우(黑牛)’란 표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뽑기 위해 많은 금액을 소비한 사람’ 또는 ‘게임사의 비상식적인 운영에도 꾸준히 과금하며 게임을 즐기는 유저’를 일컫는 자조적이자 비판적인 표현으로 쓰인다.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의 업계에서 많은 돈을 사용하는 고객이 VIP로 대접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흑우로 표현될 정도로 소비자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단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의 불평등이나 운영 논란이 불거져도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보상에 수긍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며, 나아가 ‘그 게임을 접으면 되지 않느냐’, ‘그런 게임에 돈을 쓴 유저의 잘못’이란 말이 오가는 등 유저 간 반목이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1월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불거진 운영 이슈를 시작으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더해지면서 유저들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등 집단 대응을 시작했다.

    커뮤니티를 통한 ‘불매운동’이나 게임사에 트럭을 보내는 ‘트럭 시위’ 등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게임업계는 뒤늦은 대응을 펼치고 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를 필두로 자사의 모든 게임에 등장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역시 주주총회에서 확률 공개 의지를 내비치는 등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자율규제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는 지난 24일 임시위원회를 열고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제안했다.

    개정안은 기존의 캡슐형 유료 아이템과 더불어 ▲유료 인챈트 및 강화 콘텐츠의 확률 공개 ▲ 유료 요소와 무료 요소가 결합된 인챈트 및 강화 콘텐츠 확률 공개 ▲개인화된 확률(개인의 경험치 내지 보유한 아이템에 따라 확률이 달라지는 경우)의 기본 확률값 및 범위 공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 번 돌아선 유저들의 민심은 돌아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골든 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의 일방적인 운영이나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몇 년째 해묵은 논란임을 감안하면 자정작용의 기회는 충분했지만 유저들이 들고일어나기까지 변화가 없었다.

    평가위는 한발 늦은 타이밍을 인식한 듯 “2020년 11월부터 강령 개정안 마련을 위한 TF를 운영했다”고 설명했지만 현시점에서 변명에 불과하다. 결국 유저들 입장에서 게임업계의 변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물론, 작금의 이슈는 법제화나 게임업계의 자율규제 강화 등의 방식으로 언젠가 마무리될 것이다. 진통은 있겠지만 변화된 제도 안에서 게임업계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게임업계의 본질적인 변화다. 가장 좋은 방법은 타 서비스 업종을 보며 고객 관리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게임의 경우 출시 전까지 생산업이지만 출시 이후에는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대응이다. 그 어떤 서비스 업종도 지금의 게임업계처럼 고객을 기만하는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유저들의 변화된 성향에 맞춰 게임업계가 그에 걸맞은 성숙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문제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