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거래소 전산 시스템 과부하증권사 시스템 지연 타격, 고객 수익기회 상실전산장애 놓고 책임소재 불분명, 공방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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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후유증이 깊다.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에 실패한 데다 전산장애 탓에 제때 차익실현을 못한 투자자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청약 개시일과 증거금 환불 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먹통, 한국거래소의 전산 시스템 과부화 등으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면서 보상 요구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SKIET 상장 첫날 거래량 급증으로 약 10분 간 한국거래소 전산 시스템이 지연됐다. 특정 종목의 호가폭주 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수 증권사 MTS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거래소 측은 “호가가 증권사를 통해 접수되면 우선 거래소로 전송된 후 다시 증권사로 배포되는 방식이다. 동일한 회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호가 접수량이 많으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다만 투자자가 확인하는 시세, 호가정보가 조금 늦게 보여지는 것으로 매매 체결은 문제없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0만원에 매도 주문을 접수하면 일정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같은 가격으로 체결된다. 주문 접수는 정상적으로 이뤄진 만큼 시스템 오류가 아닌 단순 지연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날 매도 주문 자체가 접수되지 않았다면 증권사 MTS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 11일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SKIET는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26.4% 하락한 15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앞서 청약 증거금으로 역대 최대인 81조원을 끌어 모으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상한가에 직행하지 못하고 하락 반전했다. 이에 서둘러 매도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증권사 MTS 접속 자체가 지연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보상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익기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는 HTS·MTS 등 전산장애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자체적인 보상기준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객관적인 주문기록이 있는 등 금융회사별 내부보상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을 통해 공모주를 배정 받았다. 이 중 SK증권에서만 1시간 넘게 접속 오류를 겪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이들은 SK증권 고객센터를 통해 민원을 접수한 상태다. 

    SK증권의 경우 전산장애 민원이 들어오면 IT팀에서 주관해 검토한다. 당일 거래소 시스템 체결 지연으로 영향을 받았지만, 전체적 장애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거래소에 보상을 요구하라”는 답변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증권사와 거래소 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거래소는 이번 사태와 관련 증권사와의 민원 해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 1차적으로 “거래소 시스템 오류가 없다”는 회신을 확보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거래소 민원 신청을 거쳐 받은 답변을 토대로 재차 조율에 나서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 해결이 안되면 분쟁조정 수순을 밟을 수 있다. 

    SK증권 관계자는 “거래 체결 건이 급격히 많아지면서 일부 고객들이 접속 불편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자체 전산 장애는 없었으며 고객별 기기 사양에 따라 매매 접수 불가, 로그아웃 등의 현상이 생겼을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소비자보호팀과 IT팀으로 접수된 전산장애 민원에 대한 검토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권사들의 앱이 지연되는 사고는 올 들어서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 SKIET 공모주 청약증거금 환불일에 일반 투자자의 이체 신청이 몰리면서 삼성증권 MTS에서 출금이 지연되기도 했다. 지난달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기간에도 일부 증권사 MTS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고객 접속 및 이체, 청약 업무가 다량 발생해 트래픽이 증가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