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는 판매 절차 강화 … 단일종목 ETF는 진입 규제 중심숙려기간·녹취·거점점포 도입 반면, '삼전닉스'는 교육 2시간이 핵심금융위도 뒤늦게 보완 착수… 증권사에 투자자보호 대책 제출 요구같은 고위험 상품인데 다른 보호체계 … 소비자보호 원칙 다시 시험대
  • ▲ ⓒ연합
    ▲ ⓒ연합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은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체계가 상품마다 다른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홍콩 ELS 사태 이후 은행권은 판매 절차와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거래소 상장 ETF는 거래 진입 규제를 중심으로 관리된다.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보호 방식이 상품마다 달라 현행 보호 체계의 일관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 ELS 사태는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꾼 계기였다. 2024년 초 홍콩 H지수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한 이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과정에서 설명의무 위반과 적합성 원칙 미준수, 투자성향 확인 미흡 등 불완전판매 사례가 잇따라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배상 기준 마련에 그치지 않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도 전반을 손질하며 소비자 보호의 무게중심을 상품보다 '판매 과정'으로 옮겼다.

    후속 대책도 판매 절차 전반에 집중됐다. 은행은 일정 요건을 갖춘 거점점포에서만 ELS를 판매하도록 했고, 별도 상담공간과 전담직원을 배치했다. 투자성향 확인 단계부터 녹취 범위를 확대했고,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는 숙려기간 동안 가족 등 지정인을 통한 가입 의사 확인 절차도 거치도록 했다. 상품 판매 실적 중심의 KPI를 손질하고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통해 판매 승인과 한도까지 관리하는 등 내부통제 역시 대폭 강화됐다.

    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일반 투자자는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예치하고 일반교육과 심화교육을 포함한 2시간의 사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투자 적정성 확인 절차와 위험 고지, 상품명 표시 의무도 적용되며 신용거래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다. 다만 규제의 중심은 판매 과정이 아니라 시장 진입 단계에 맞춰져 있다. 은행 ELS처럼 개별 상담과 설명, 숙려기간을 통해 투자자의 이해 여부를 반복 확인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금융당국도 투자자 보호 장치 보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권사들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자율적인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도록 요청했으며, 기본예탁금 상향과 위험 고지 강화, 투자자 진입 요건 보완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재 논의의 중심은 판매 절차보다 진입 규제 강화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홍콩 ELS 후속 대책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평가다.

    이 같은 차이는 두 상품의 판매 구조에서 비롯된다. ELS는 은행 직원의 권유와 상담을 거쳐 가입하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인 만큼 설명의무와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핵심 규율이다.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거래소 상장상품으로 투자자가 증권계좌를 통해 직접 매매하는 구조여서 투자자 교육과 진입 요건을 중심으로 제도가 설계됐다. 결국 홍콩 ELS 대책이 '불완전판매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누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가'에 무게를 둔 셈이다. 같은 고위험 상품이지만 소비자보호의 출발점부터 달랐다는 의미다.

    시장도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순자산총액은 상장 이후 한때 17조 6000억원에 육박했고,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38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반도체 업황 둔화와 변동성 확대가 겹치면서 상당수 상품이 상장가를 밑돌자 금융감독원은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도입을)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시장상황점검회의(F4)에서 시장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제도 보완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특정 ETF의 존폐를 넘어 고위험 금융상품 전반의 소비자보호 체계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ELS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법적 성격과 거래 구조가 달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모두 큰 손실 가능성을 가진 고위험 상품인 만큼 판매 방식에 따라 보호 수준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 적절한지는 제도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