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증가 목표치 80% 소진 … 일부 은행 이미 초과전세는 줄고 매매는 늘고…실수요자 몰리는 주담대대출심사보다 한도 걱정…'선착순 대출' 된 은행 창구
  • ▲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 뉴데일리
    ▲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 뉴데일리
    5대 시중은행이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 한도의 대부분을 이미 소진하면서 남은 대출 여력이 1조원을 밑도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부동산 시장 과열 때마다 대출 규제가 반복되면서 은행 대출창구는 갈수록 좁아졌고, 이제는 실수요자들마저 대출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보다 한도가 남아 있는지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기형적인 시장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자금 대출 제외)은 총 648조36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44조9700억원) 대비 3조3907억원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가 4조34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목표치의 80%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하반기 남은 대출 여력은 9500억원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남은 6개월 동안 월평균 1500억원 안팎만 대출을 늘릴 수 있는 셈인데, 이는 최대 한도인 6억원씩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5대 은행 전체를 합쳐 한 달에 약 250명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일부 은행은 이미 자체 연간 목표치를 초과해 하반기에는 상환액보다 신규대출이 적어야 목표를 맞출 수 있는 상황이다.

    정책대출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9일 기준 5대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75조9769억원으로 하반기가 시작된 7월 들어 불과 7영업일 만에 1조162억원 불어났다. 총량 관리 압박을 받는 은행들은 추가적인 대출 제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가계대출 급증의 이면에는 전세 실종과 주택 매매 수요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작년 9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주거 불안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대거 매매시장으로 이동한 결과다.

    실제 주택 거래량도 확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5월 주택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개월 연속 증가했다.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946건으로 전월 대비 18.9% 늘었고,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3.9% 급증했다. 수도권 거래량 역시 2만8700건으로 전월 대비 2.4%, 전년 동월 대비 18.5% 증가했다.

    대출 수요 집중과 은행권의 한도 축소가 맞물리며 창구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총량 관리에 돌입한 은행들이 대출 접수를 본격적으로 제한하면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지점별 한도 소진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후기도 이어지면서 '은행 오픈런'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결국 대출자의 실질적 상황보다 접수의 신속성이 대출 여부를 좌우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통상 주택 매매 계약 이후 잔금을 치르기까지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하고 대출이 실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대출 급증세는 5~6월 주택 거래량 증가분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대비한 선제적 매수 심리와 하반기 대출 셧다운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린 결과"라며 "지금 같은 쏠림 현상이 계속된다면 남은 연간 한도의 조기 소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