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리밸런싱에 손발 묶인 국민연금하방 지지하며 외인 차익실현 'ATM' 전락 우려 與 '매도 유예' 법 개정 추진 속 코스피 급락무리한 '투경 해제·삼하 레버리지' 수급 붕괴외인 154조 챙기며 판돈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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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국민연금이 한국 증시 리밸런싱 전략을 '오픈북' 수준으로 대놓고 공개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고 엑시트할 절호의 기회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부의 정책이 알려지자 단기간 동안 역대급 매도 폭탄을 쏟아내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겨 보따리를 쌌다.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코스피는 20%가 넘는 단기 지수 폭락을 기록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을 믿고 올인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런 상황 속에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민연금은 리밸런싱을 유예하며 버팀목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발이 묶인 국민연금이 증시 하락을 방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외국인은 150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코스피를 'ATM'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 법 개정까지 동원된 '매도 유예'…흔들린 리밸런싱 원칙

    10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금융·외환시장 급변 시 국민연금기금의 자산별 목표 비중 조정을 허용하고, 매도·매수를 한시적으로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코스피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기계적 매도가 증시 상단을 누르는 것을 법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초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한 데 이어 리밸런싱 유예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주식 허용 한도를 최대 28.8%까지 넓히며 하방 지지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전면에 내걸자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이 정책 보조를 맞춘 셈이다.

    ◆ "74조 매도설 터무니없다" 해명에도…'자동 리밸런싱'의 딜레마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74조원 규모의 매도설'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점진적 리밸런싱을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연금은 본격적인 차익실현을 해보지도 못한 채 리밸런싱 압박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난달 중순 900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가 최근 7200선까지 급락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7월 추정치 26.3%)이 별다른 매도 없이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 내로 자동 진입했기 때문이다. 

    기계적 매도 우려는 완화됐으나 고점에서의 현금화 기회를 놓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 과도한 레버리지 도입과 규제 완화…외인의 '돈복사 놀이터'된 대형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증시 폭락이 정부의 정책 대실패에서 비롯됐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시장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투자경고(투경) 종목' 지정을 무리하게 해제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대형주 비중이 과반에 달하는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을 허용하면서 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형주 레버리지 상품으로 거래대금이 쏠리면서 코스피 1대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본주의 호가창이 텅텅 비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선물 컨트롤과 적은 수급만으로도 본주 가격을 쉽게 밀어버릴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리스크 없이 '풋(하락) 원웨이'나 '콜(상승) 원웨이' 전략을 구사하며 낙폭을 키우는 등 월가 입장에서 이보다 더 확실한 수익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원칙 지킨 외인 154조 현금화…원칙 깬 연기금은 단 9조 매도에 그쳐

    국민연금이 정부 정책에 발 묶여 이도저도 못하고 차익실현을 미루는 사이, 시장의 '룰'을 철저히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은 승자가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7월 8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154조 3085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막대한 현금을 챙겼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 등의 순매도 규모는 9조 1599억 원에 그쳤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 공공연하게 노출된 국민연금의 '오픈북' 포트폴리오와 매도 유예 상황, 그리고 레버리지 수급 붕괴를 역이용해 연기금과 개인에게 물량을 떠넘기고 유유히 시장을 빠져나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