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상의, 문재인 대통령에 사면 건의국민 10명 중 8명 사면 찬성… 각계 요청 확산文 대통령 "충분히 많은 국민의 의견 듣고 판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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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 가열로 한미간 전략적 협력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주재 미국 기업 800여개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서한에는 ‘삼성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적극 지원하지 않으면 미국의 전략 파트너로서 위상이 위태롭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이 부회장의 구속 상태가 길어지면서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국으로서의 한국의 지위가 약화될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재계에서는 미국 경제계까지 사면 목소리를 낸 것을 두고 한미간 반도체 협력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이 대미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시점인 만큼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이 정상회담 의제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이미 국내에서는 정재계를 비롯해 시민단체와 종교계까지 이 부회장의 석방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정치권에서는 야권을 비롯해 여권 내에서도 사면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여권 잠룡으로 불리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촉구했다.이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 부분과 백신 부분에서 좀 더 미국의 요청이 있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사면도 긍정적으로 좀 검토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거듭 사면을 주장했다.지난달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 5곳이 이 부회장 사면을 정식 건의하기도 했다.경제단체장들은 반도체 산업 역시 새로운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 점점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 동안 쌓아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 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종교계도 이례적으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다.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는 "우리 정치가 어두운 시절을 지나오며 불가피하게 성장통을 겪어 왔듯이 삼성 또한 이 성장통을 함께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은 삼성의 역할에 힘입은 바가 많다"고 강조했다.이어 "사람은 누구나 허물 많은 중생이며, 이 부회장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참회하면서 맹세한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이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 부회장 사면 청원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등 최근 국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시사저널이 지난 11일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6%가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 사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1.9%였으며, '잘모르겠다'고 답한 것은 2.1%에 그쳤다.이처럼 각계각층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일고 있는 것은 반도체를 둘러싼 위기감 때문이다. 미국의 인텔과 대만의 TSMC 등 경쟁사들은 최근 백악관 회의 이후 미국 내 반도체 투자계획을 잇달아 공개하며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둘러싼 총수 부재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특히 한미간 반도체 협력을 놓고 그 어느때보다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절실한 시점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다만 재계에서는 청와대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사면권을 쥔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충분히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검토된 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내비친 청와대의 태도가 바뀐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