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감성 담은 이모티콘 증정 이벤트 잇따라 진행놀이터 콘셉트 브랜드 플랫폼·아이돌 모델 전면에유트브 콘텐츠 질도 진화…정보만큼 재미 강조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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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대중적인 이미지를 넘어 펀(Fun)한 브랜드 이미지 변화를 도모한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펀슈머(Fun+conumer)'를 지향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와 교감하기 위해 펀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독특한 콘셉트를 선점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펀마케팅에 증권사들이 집중하는 이유는 변화와 재미, 간편함을 추구하는 MZ세대 투심을 확보하기 위해서다.지난해 말 기준 주식 투자를 하는 MZ세대는 총 315만7000명으로, 전년(155만3000명)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투자자 중 MZ세대 비중은 34.5%로 전년보다 9.3%포인트 늘었다.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MZ세대는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증권업계 미래의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다.딱딱하고 난해한 용어로 이들에게 다가가기보단 재미의 요소를 가미해 그들의 언어로서 투심을 공략한다.
B급 감성을 담은 이모티콘 증정으로 MZ세대의 일상을 파고드는 전략은 흔한 일이다. 최근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들도 잇따라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면 이모티콘을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은 자사 콘텐츠 캐릭터 '다비다', 현대차증권은 대표캐릭터 '레오', 하이투자증권은 '오늘의 짤' 브랜드와 협력한 캐릭터를 활용해 주식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 젊은 투심을 두드렸다.
각사가 적게는 3만개에서 많게는 10만개씩 선착순 배포한 이모티콘 물량은 오픈 30분 내 소진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이투자증권은 10만개를 추가로 재배포하기도 했다.
웹툰·웹예능 등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플랫폼을 활용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 인기 웹툰작가인 '자까'와 손잡고 '신입일기'라는 브랜드 웹툰을 선보였다.
유진투자증권 신입사원이 증권사에 입사해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담겼다. 네이버웹툰은 증권사 입장에선 생소한 플랫폼이지만 TV보단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들에겐 친숙한 형태다.
한화투자증권은 그룹 내 금융계열사 차원의 공동브랜드 라이프플러스가 제작 지원한 카카오TV 인기 웹예능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서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노출시키는 등 주린이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으로 이목을 끌었다.
NH투자증권은 아예 놀이터 콘셉트의 브랜드 플랫폼 '투자가 문화로'를 선보였다.
MZ세대가 막연하게 느끼는 투자에 대한 어려움과 심리적 허들을 낮추고 투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콘텐츠로 구성됐다. ▲슈퍼스톡마켓 ▲솔루션센터 ▲게임랜드 ▲문화살롱 ▲NH쇼룸 등을 통해 투자 경험이 없는 MZ세대에게 시공간 제약 없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진중한 이미지의 모델 기용 대신 인기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웠다. NH투자증권은 MZ세대를 겨냥한 플랫폼인 만큼 걸그룹 오마이걸을 모델로, 이들의 히트곡을 개사해 '투자가 문화로'를 강조했다. 아이돌 그룹이 증권사 광고에 전면 배치된 것은 처음으로, 젊은 세대에 대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너나 없이 공을 들여온 유튜브 콘텐츠 질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유익한 정보만큼이나 재미를 강조한 콘셉트가 눈에 띈다.
삼성증권은 최근 캐릭터 '다비다'가 출연하는 직장생활 시트콤을 선보이고 있다. 회당 4분 정도의 분량으로 자기계발과 사내연애, 재택근무 등 직장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대신증권은 유튜브 콘텐츠에 주식투자에 심리학을 더한 이색 콘텐츠로 눈길을 끈다. 김경일 인지심리학 교수가 출연해 주식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원인과 영향을 분석한 '투자탐구생활 투자심리학'을 선보였다. 또한 '종목탐구생활'엔 강백호, 배제성 KT위즈 선수가 출연, 단순한 기업 탐구 콘텐츠에서 나아가 선수들의 입담을 예능 형식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의 자산 규모는 전체 고객 자산 중 미미한 수준이지만 잠재고객으로서의 가치는 그보다 엄청나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재테크 시장에 급속히 유입된 MZ세대는 아주 오랫동안 당연시됐던 증권사들의 마케팅 전략 틀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증권사로서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MZ세대의 언어와 유머 감각에 맞춘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