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통폐합 논의 속 중요 정책 이슈 배제미디어 독임부처 필요하지만… 역할 '축소-재편 필요부처 간 '중복규제' 우려… 협력구조 재편 논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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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새 정부 미디어 부처 개편의 중심에 서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부처 간 통폐합 논의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방통위는 중요 정책 이슈에서 배제되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디어 독임부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방통위의 역할은 축소 또는 재편이 예고됐다. 방송·미디어 관련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부처 간 중복규제 우려에 따라 부처 간 협력구조 재편 논의가 지속돼왔다.

    독임제를 적용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각각 나눠져 있던 미디어 관련 부처를 직무에 따라 통폐합하게 된다. 방통위는 영상 콘텐츠 분야를 새로 출범하는 독임제 부처에 넘기고, 과기정통부가 통신 분야를 일임하게 된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등 공공미디어를 위한 합의제 기구로 역할이 축소될 전망이다.

    방통위의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방송법 개정은 과기정통부가 주도하고, 인앱결제강제방지법 시행령에도 구글 및 애플은 이를 실질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새 정부 인수위는 방통위를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하면서 사실상 방통위 ‘패싱’이 지속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방송법과 IPTV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번 법 개정은 ▲소유 및 겸영 규제 완화 ▲방송사업자 계열회사 간 합병 시 신고제 적용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소유제한 폐지 ▲케이블TV 주전송장치 신고제 전환 ▲재난고지 자막의 송출근거 마련 등 유료방송산업의 경쟁력을 제한하는 규제를 철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0년대 제정한 방송법은 OTT와 IPTV 등 미디어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신규 사업자의 진출을 허가제로 막고, 기존 사업자는 방송 공공성 제고 목적으로 채널 수 확장 등 규모의 경제 실현에 제한을 뒀다. 해당 논의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모두 지속적으로 학계·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가 입법예고에 나서며 주도권을 장악하는 모양새다.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도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시행령에는 구글과 애플의 규제 우회를 우려해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내용이 구체화됐다. 특정 결제방식 강제 행위는 매출액 2%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구글은 신규 수수료 정책을 통해 앱 사업자들이 최대 30% 수수료를 지불하는 인앱결제 외에, 제3자 결제 시스템 구축으로 최대 26%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구글은 제3자 결제 등 선택권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위법소지가 없다는 식이다.

    방통위는 이번 주에 결제방식 강제 위법소지에 대한 유권해석 결과를 발표하고 사실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국회 상임위에서 “위법행위가 있다면 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처분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구글과 소송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방통위도 부담이 큰 상황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방통위는 페이스북과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이용자 불편을 야기한 데 대한 3억 9600만원 과징금을 부여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하고 방통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2심 모두 승소했다.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출범은 방통위 역할 재정립 및 존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대선에 앞서 2차례 미디어 부처와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두 차례 모두 미디어 독임부처와 공영미디어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방통위는 인수위 업무보고를 통해 ▲지속성장 가능한 방송통신 생태계 조성 ▲미디어융합시대 적합한 규제 정립 및 서비스 제공 ▲방송통신 이용자 권익 증진 등을 중점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위에서는 미디어 및 콘텐츠 산업 진흥 정책을 총괄하는 ‘디지털미디어혁신부’ 신설 등 독임제 부처에 대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방통위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경오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방통위는 여야 합의제로 구성한 인적 구조상 정치 과잉으로 인해 입장이 다른 부분에 대해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유 겸영 규제 등 방송법은 시대에 뒤쳐진지 오래고 입법 선점경쟁으로 부처 갈등을 부추겨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직 개편 방향이나 일정 등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도 내놓는다. 인수위서 과학기술교육분과 위원으로 활동 중인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공영미디어의 공영성은 강화하고 디지털플랫폼 속에서 국민들이 피해보는 부분을 보호하는 한편 나머지 미디어 영역은 규제를 최소화 하는 것이 큰 방향”이라며 “타 부처와 마찬가지로 야당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조직 개편 최소화 논의가 나오는 것을 보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