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5월 0.5%p 금리인상 논의"…연내 3번쯤 '빅스텝' 관측IMF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韓외환보유고 BIS 권고 절반 하회 전문가 "외환보유고 감소에 금융불안시 안전판 기능"
  • ▲ 미 연준.ⓒ연합뉴스
    ▲ 미 연준.ⓒ연합뉴스
    미국이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을 겪으며 금리인상의 가속페달을 밟는 가운데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자금유출에 대비해 안전판 역할을 해줄 한미 통화스와프를 재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21일(현지 시각)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열린 국제경제 관련 토론에서 금리인상과 관련해 "내 견해로는 좀 더 빨리 움직이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50bp(1bp=0.01%p)가 5월 회의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음달 3∼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년여만에 0.25%p 올리며 금리인상에 나섰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연준내에서 시중의 유동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더욱 가파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연준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여러차례 빅스텝을 밟을 공산이 크다. 파월 의장은 이날 토론에서 "시장이 대체로 적절히 반응하고 있다"며 50bp 금리인상이 한번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남은 6차례의 FOMC 정례회의 중 최소 3차례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미국발 금리인상이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IMF는 미국의 긴축에 대비하라고 신흥국에 경고해온 상태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수요와 교역 둔화를 동반하면서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발 금리 인상은) 주변국에는 지속적인 금리인상 등 불가피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내 수익률이 높아지면 우리는 원화 약세가 진행될수 있어 부담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원화약세는 수출에는 긍정적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며 수입 원자잿값이 오른 상태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 부담이 국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 ▲ 달러.ⓒ연합뉴스
    ▲ 달러.ⓒ연합뉴스
    일각에선 미국이 달러화를 급격히 빨아들일 경우 제2의 외환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대응방안의 하나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제시한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자국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이다. 외환보유고 이외의 외환유동성을 확보하는 추가적 수단인 셈이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때 한국은행과 미 연준이 맺은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를 진정시키는데 크게 한몫했다. 당시 한은은 통화스와프를 기초로 외화대출을 시행해 기업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지난 5일 현재 4578억1000만달러로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한 930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작년 10월말(4692억1000만달러) 정점을 찍은후 감소세를 보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이 다음달부터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려 연말경 3.5%수준까지 올리면 전세계에 흩어진 5조달러 규모의 자금이 빨려 들어갈 수 있다"며 "신흥국 처지에선 금융위기가 닥칠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때 미국이 달러를 회수하자 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았다. 지금 환율은 1240~1250원대까지 올랐다"며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세계 2위 수준으로 높은 반면 국제금융부문은 30위권으로 낮다. 금융 안정화를 위해 작년말 종료된 한미통화스와프(600억달러 규모)를 다시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도 "(한미통화스와프를) 다시 맺을 수 있다면 당연히 좋고 (현 상황에서) 의미도 있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다음 달 이뤄질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가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