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로 경영지원실장까지… 법조인 출신 기업인 위상 높여"비밀유지권 입법화 노력…기업-법조계 가교 역할에도 충실할 것"
  • 김성한 한국사내변호사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청담동 골프존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김성한 한국사내변호사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청담동 골프존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준법경영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사내변호사의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제는 기업 내에 주요 인사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2일 김성한(48·사법연수원 33기) 한국사내변호사협회(한사회) 회장을 서울 청담동 골프존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회장은 공익 법무관을 거쳐 법무법인 서정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14년 골프존에 합류해 현재는 경영지원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내변호사로 관리부서 중 최고위직급에 오른 그는 법조인 출신 기업인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월에는 한사회 제6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준법경영과 ESG 경영이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내변호사의 수도 4천여 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자연히 2천200여 명의 사내변호사들이 소속된 국내 최대 사내변호사협회인 한사회와 이곳에서 중책을 맡은 김 회장 역시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기업 내에서 사내변호사들의 역할이 강화되는 만큼 이들이 일선 부서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한다고 주문한다. 또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낮은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나날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 사내변호사 수도 4000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이제 사내변호사들도 법무·컴플라이언스의 한정적인 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업무를 추진하고 여타 부서와 유기적인 협업관계를 맺으며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내변호사회(한사회)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한사회는 2천200여 명 이상의 국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내변호사로 이뤄진 국내 최대 사내변호사 단체다. 회원들이 소속한 조직은 다르지만 다양한 학술 행사, 세미나, 문화 행사 주최로 사내변호사들의 가치와 지식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 또 컴플라이언스 지식 확대를 통해 기업의 준법경영을 주도하고 지역단체 공익활동을 통해 기업과 사회, 국가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월 회장으로 선출되고 5개월여가 지났다. 임기 초반 가장 중점을 둔 현안은 무엇인가.

    한사회가 지금까지 다져온 초석들을 다시 살펴보며 내실을 다지는데 많은 중점을 뒀다. 코로나로 인해 2년 동안 오프라인 멘토링이 중단됐다. 방역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서울변호사회와 공동주최되는 '사내변호사 멘토링 프로그램'을 최우선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지체됐던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들과 각종 행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코로나 종식과 함께 회원분들께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한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요즘 한사회의 주요 현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밀유지권 입법화다. 기업에서 준법경영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사내변호사 또는 로펌으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아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사정기관의 압수수색 및 행정조사에서 변호사의 자문 의견서가 최우선 타겟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견서 내용을 빌미로 기업의 고의·중과실을 따지는 현 사태는 역설적으로 기업의 준법경영 의지를 꺾고 있다.

    준법경영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입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에서 변호사 비밀유지권과 관련한 입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회도 이에 발맞춰 관련 입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또 홈페이지 개선작업에서 로펌 칭찬하기 코너 및 회원전용 게시판 등을 주요한 서비스로 운영할 예정이다. 로펌 칭찬하기 코너는 사내변호사와 로펌 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회원전용 게시판은 사내변호사들의 네트워킹이 강화될 수 있는 창구역할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한사회가 사내변호사들과 로펌 모두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성한 한사회 회장. ⓒ강민석 기자
    ▲ 김성한 한사회 회장. ⓒ강민석 기자
    ─준법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사내변호사들의 역할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사내변호사들 대부분이 법무팀에서 제한적인 업무를 전담하는 것에 그쳤지만, ESG경영 확산으로 준법경영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현재 사내변호사는 기업 내에 주요 인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내변호사들의 주요 업무였던 법적 문제 해결 마련을 위한 법무, 컴플라이언스의 한정적인 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업무를 추진해 여타 부서와 유기적인 협업관계를 맺고 영역을 넓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획, 인사, 재무, 영업, 개발 등 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지식들을 획득한다면 경영진에 포함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사회 회원들을 위한 협회 차원에서의 지원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한사회의 비전은 '사내변호사들을 위한, 사내변호사들에 의한, 사내변호사들의 모임'이다. 이 비전에 따라 회원들을 위한 여러 가지 행사들을 제공해왔다. 사내변호사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술 행사들 진행, 명사 초청한 특별 강의들, 실무 역량 강화를 위한 스터디 등을 제공해왔다. 나아가 회 내에 있는 다양한 분과에서도 각 주제에 맞게 오프라인 세미나와 모임 등을 주최해 회원들 사이의 결속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코로나로 모두의 안전을 위해 오프라인 모임이 중단되었으나 이번에 상황이 나아짐에 따라 분과, 동아리 및 지역 모임들도 모임 재개를 위해 준비 중이다. 모임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식사 지원과 운영비를 지원해 회원들의 커리어 발전과 네트워킹 구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사내변호사로 기업에서 경영지원실장까지 올랐다. 비결이 있다면.

    처음 골프존에 합류해 법무,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담당했었고, 인사 총무 및 정보보안업무를 거쳐서 현재는 대외 업무까지 영역을 넓혔다. 기업 내 다양한 업무 경험은 물론, 모든 일에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간혹 사내변호사 중에 권위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자세를 유지한다면 다른 부서들과의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오해가 쌓이고 불만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항상 낮은 자세로 구성원들에게 먼저 다가서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취임 당시 '기여하는 한사회'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어떤 의미인가.

    한사회는 15명의 여의도 사내변호사들의 모임으로 시작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내변호사의 증가와 더불어 한사회의 회원도 2천200여 명이 넘는 협회로 거듭 발전해왔다. 그 바탕에는 회원분들과 후원법인들의 많은 도움과 성원이 있었다. 많은 도움을 받고 성장했던 만큼 협회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방향에서 보탬이 되고자 '기여하는 한사회(한국사내변호사회)'라는 슬로건을 지었다. 

    회원들을 위해 다양한 로펌과 단체와 협업으로 실무에 필요한 교육를 위한 웨비나, 네트워킹 확립을 위한 오프라인 모임 및 자라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위한 각종 지원 등 여러 활동들을 통해 기여하는 한사회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사내변호사를 꿈꾸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회사의 미래와 비전을 보길 바란다. 핀테크와 ESG, 모빌리티 등 산업 각계에서 플램폼이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정부의 규제도 변하는 만큼 사내변호사들로서 각종 규제에 대응하는 역할의 중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변화를 예측해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들을 통해 해당 산업분야의 진보된 기술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나아가 기업의 이슈 해결을 위해 다각도의 연구를 통한 적용 가능한 방안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등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사내변호사로서의 튼튼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 김성한 한사회 회장. ⓒ강민석 기자
    ▲ 김성한 한사회 회장. ⓒ강민석 기자
    김 회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사법연수원을 33기로 수료했다. 이후 3년 간의 공익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2007년 법무법인 서정에 합류했다. 서정에서는 회사법과 공정거래법, 금융 관련법 등 기업 자문분야 전반에 관한 업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2014년 지금의 직장인 골프존에 사내변호사로 입사했다. 법무는 물론 인사·총무와 정보보안, 대외 업무 등을 거쳐 2018년 경영지원실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1월 이완근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제6대 한사회 회장에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