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내달까지 동참 여부 답변 요구…시한 촉박IPEF 이어 반중 전선 확대 가능성… 정부 또선택 기로전문가 "기업이익 중요…이념→산업 편가르기 우려"
  • ▲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난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난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또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려고 추진하는 이른바 '칩4(Chip4) 동맹'에 참여할지를 다음달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해서다.

    14일 알려진바로는 미국은 지난달말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다음달까지 칩4 동맹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칩4 동맹은 미국이 지난 3월 제안한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를 말한다. 미국식 표현은 '팹4(Fab4)'다. 한국·일본·대만이 참여하는 얼개다. 파트너 국가간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과 공급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시스템반도체 설계, 한국과 대만은 생산, 일본은 소재 등에 특화돼 강점을 보이는 만큼 협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미국은 내말 실무자급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칩4 동맹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처럼 대(對)중국 견제·압박용 카드로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IPEF에 참여하며 중국을 배척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경제통상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중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 후속협정을 논의한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사실상 미국 주도의 반중전선에 동참하는 모양새가 연출된다면 중국의 보복조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비중은 25.3%로 미국(14.9%)보다 10.4%포인트(p) 많다.
  • ▲ 미중 갈등.ⓒ연합뉴스
    ▲ 미중 갈등.ⓒ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일단 신중모드와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갈린다. 

    산업연구원 김수동 연구위원은 "반도체 동맹이라는데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듯하다. 일단 미국의 속내가 무엇인지, 그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는지, 칩4동맹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우리 기업이 관련된 문제인 만큼 아마 당국자가 일선기업의 의견을 물었을 거라 생각한다. 기업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한뒤 그것을 바탕으로 의사를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이 이념이나 가치공유차원을 넘어 반도체, 배터리 등 구체적인 산업분야로까지 편 가르기를 확대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탈중국이 필요하다지만 쉽잖은 얘기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문제인 만큼 단기간에 급속히 한쪽으로 경도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칩4 대상국이 IPEF처럼 많지않아 희석되는 효과없이 한국의 결정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며 "(칩4 참여 시) 우리가 얻는게 무엇인지 이해득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관련 일각에선 칩4 동참을 전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동맹같은 구상은 앞선 트럼프 행정부때도 있었던 것"이라면서 "자세한 칩4동맹의 내용은 더 파악해봐야하지만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상황을 고려할때 미국의 제안을 역으로 잘 활용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상황이 안 좋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한미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하는게 급하다"면서 "칩4동맹 참여를 통화스와프와 연계해 추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