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까지 무역적자 150억달러… 66년 만에 최대 규모수출 증가율 두달째 한자릿수 그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확산5월 현재 실질 나라살림 71조 적자… 연말까지 110조 웃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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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이후 처음으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나란히 마이너스(-)를 보이는 '쌍둥이 적자'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607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9.4% 증가했다. 수입은 653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21.8% 늘었다. 무역수지는 46억7000만 달러(6조900억원쯤) 적자를 기록했다. 올 4월부터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다. 미국 서브프라임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월별 적자 규모는 4월 24억8000만 달러에서 5월 16억1000만 달러로 감소했으나, 6월 25억7000만 달러에 이어 7월 46억7000만 달러로 되레 확대했다.한국 경제는 올 상반기 이미 최악의 무역수지를 기록하며 비상이 걸린 상태다. 상반기 수출액은 3503억 달러, 수입은 3606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13조원쯤) 적자를 냈다.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 들어 7월까지 무역수지 적자액은 총 150억25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 규모다.수출이 증가하고는 있으나 증가율은 멈칫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5.4%)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9.4%에 그치면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일각에선 서비스 등 무역 외 수지의 흑자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해도 경상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품수지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불안하다며 쌍둥이 적자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가 쌍둥이 적자를 보인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가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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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외환위기 때는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급등으로 수입비용이 증가했다면 이번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장기화는 물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소위 '3고'(高)에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말 그대로 복합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이다.지난달 26일 미 CNBC방송은 이코노미스트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30명을 대상으로 7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앞으로 1년 내 경기침체가 올 확률'이 55%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월 조사 때보다 20%p나 오른 것이다. 같은 날 IMF는 세계경제전망(WEO) 수정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2%와 2.9%로 각각 내다보며 종전 전망치보다 0.4%포인트(p), 0.7%p 내려잡았다. 그러면서 러시아산 가스 공급감소 등에 따른 에너지·식품가격 상승과 가계 생계비 부담 증가, 임금상승 압력 증가는 물론 주요국 통화긴축에 따른 신흥국 부채부담 증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령과 경기 둔화 등 하방 리스크가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선 글로벌 경기침체는 경기 회복에 심각한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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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정수지는 흑자를 기대하기 난망한 상황이다. 기재부가 지난달 발표한 '재정동향 7월호'를 보면 올해 5월까지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8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71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각각 1년 전보다 28조4000억원, 22조7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이 5.2%쯤"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내년부터 '3% 이내'로 묶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적자 비율은 이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