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변화·세무행정비용 등 종합적 연구전문가 "복수세율 도입 현실적으로 어려워
  • ▲ 국세청 ⓒ국세청
    ▲ 국세청 ⓒ국세청
    국세청이 부가가치세 경감세율 도입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부가세 과세체계 개편을 위한 물밑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달말 '부가가치세 경감세율 도입을 통한 면세제도 개편'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은 3개월간 진행되며 단일세율 체계를 복수세율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경감세율을 도입하는 방안과 관련한 세수변화, 세무행정비용과 납세협력비용 증가 등을 연구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7년 부가세 제도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10%의 단일세율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소비자 부담 경감 등을 위해 일부 재화나 용역 등에 대해선 부가세를 면제하고 있다. 부가세 면세 대상은 세율 0%를 적용받아 부가세를 단 한푼도 내지 않는다. 대상품목은 미가공식료품, 수돗물, 의료보건 용역, 영유아용 기저귀, 분유 등이다. 

    부가세 면세제도 자체는 국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운영되고 있지만 운영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과세사업자가 면세사업자로부터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은뒤 이를 다른 과세사업자한테 공급한다면 면세사업자가 내지 않았던 부가세까지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의제매입세액 공제제도 운영에 따른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도 단점으로 꼽힌다. 의제매입세액공제란 음식점업을 하는 과세사업자가 농산물이나 축산물 등을 면세로 공급받아 이를 손님에게 음식으로 만들어 판다면, 과세사업자(음식점주)가 실제 부담한 부가세는 없지만, 부가세를 부담한 것과 마찬가지로 일정금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부가세 경감세율을 도입해 품목별로 부가세율을 다르게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8%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다가 지난 2019년 10월부터 세율을 10%로 인상하면서 복수세율을 도입, 식료품에는 8%의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지난 8월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부가세 경감세율을 도입하면 "기존의 면세사업자들이 거래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게 돼 상호검증 기능이 강화되고 경제 상황에 따라 경감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조세체계가 다소 복잡해지고 면세사업자가 과세사업자로 전환됨에 따라 납세협력비용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단일세율에 비해 조세체계가 복잡해져 세무행정에 부담이 되고 면세사업자가 과세사업자로 전환됨에 따라 납세협력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연구용역을 통해 조세 정책적 측면· 행정적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겠단 취지다. 

    더구나 부가세 경감세율 문제는 필연적으로 부가세율 인상이라는 문제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식료품과 영유아용 기저귀, 분유에 대해선 현재 세율인 10% 이하의 세율이 책정되겠지만 사치성으로 분류될 품목에 대해선 부가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2022년 기준 OECD 주요국의 평균 부가세율은 19.3%이며 스웨덴은 25%, 영국과 프랑스는 20%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의 부가세율은 평균치의 절반도 되지 않는 셈이다. 경감세율 도입에 따른 부가세 과세체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 부가세율 인상 문제는 필수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세청이 연구용역을 한다고 해서 당장 부가세 과세체계 개편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1977년 이후에 부가세율 변화가 없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이런 논의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부분은 생각해야 한다"며 "세율이 얼마가 됐든 인상된다면 국민 입장에선 증세로 받아들여져 현금거래 유혹이 생겨날 수 있는데다 부가세 계산도 어려워지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어 정부가 서둘러야 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