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사장, 사우디 ‘금고지기’ 투자부 장관과 만남네옴시티 등 사우디 개발 협력 기대감↑합작 조선소 등 첫 해외사업 통해 사우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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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사업 참여 구애가 빨라지는 가운데 정기선 HD현대 사장도 사우디와의 협력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네옴시티 건설에 필요한 투자 생태계 구축을 위해 오는 17일 우리나라를 찾을 예정이다.네옴시티는 프로젝트는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회변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灣) 동쪽에 총사업비 5000억 달러(약 670조원)를 들여 사막과 산악지역 2만6500㎢(서울의 44배) 면적을 인공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대형 프로젝트다.네옴시티 사업은 최근 소규모 기초공사 단계를 넘어 터널과 항만 등 주요 기반시설 공정이 발주되기 시작했다. 주요 공정 발주를 앞두고 사우디 실권자가 방한하면서 업계에서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HD현대가 어떤 사업에 참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정기선 HD현대 사장은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 전 지난 13일 칼리드 알팔레 투자부 장관과 먼저 만났다. 알팔레 장관은 사우디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의 오른팔로, 사우디 왕실 재정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사우디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인물이다. 또 그가 장관으로 있는 투자부는 현재 사우디의 개발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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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은 알팔레 장관과 현대중공업과 사우디 아람코가 추진 중인 합작 조선소와 엔진 합작사의 진행 과정을 점검했다. 또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우디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의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칼리드 알팔레 장관은 “정기선 사장과의 이번 만남을 통해 HD현대와의 깊은 유대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HD현대와의 장기적 파트너십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며 HD현대와 수행하고 있는 여러 협력 사업의 성과가 더욱 가시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2017년 설립된 아람코와의 합작 조선소 프로젝트는 정 사장이 주도한 첫 해외사업이다. 첫 해외사업인 만큼 들인 공도 남다르다. 정 사장은 협력 논의가 처음 시작된 2015년 3월부터 TF팀을 꾸리고 직접 수차례 사우디를 방문하면서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직접 챙겼다. 2020년엔 아람코와 함께 선박 엔진 제작·A/S 합작사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정 사장이 구축한 HD현대와 사우디의 돈독한 관계는 조선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HD현대는 2019년 12월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주식 4166만4012주(17%)를 1조3749억원에 매각, 아람코가 2대 주주에 오르면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과거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CEO는 이런 정 사장에 대해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일가의 DNA”라고 평가했다.정 사장의 할아버지인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76년 사우디 주베일항 건설을 위해 대양수송작전을 펼쳐 20세기 ‘중동 신화’를 남겼다. 정 명예회장은 주베일항구 건설사업을 수주한 뒤 모든 기자재를 배에 싣고 1만2000km를 항해하면서 사고나 기한 지연 없이 항구 건설을 마쳤다.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빈살만 왕세자 방한으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자하는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다”며 “HD현대 등 국내기업들이 중동 개발과 인연이 깊은 만큼 향후 사업 협력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