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빈 살만, 경제협력 회담…네옴시티·원전·방산 등 논의공기업·재계 총출동…21개 초대형 투자·업무협약 잇달아오일머니에 엑스포 유치 '글쎄'…제2 중동붐 기대감 고조
  • ▲ 2019년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연합뉴스
    ▲ 2019년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연합뉴스
    17일 새벽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와 사우디가 추진중인 '네옴시티' 간 빅딜(맞교환)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부산엑스포 유치전에서 소위 오일머니에 밀릴 공산이 적잖은데다 사우디가 수주전에 뛰어든 우리 기업의 '밥줄'을 쥔 형국이어서 실리를 챙기는 협상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빈 살만 방한…오일머니 보따리 주목

    정부는 지난 16일 윤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기 위해 일정을 최종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회담 내용은 사우디의 네옴시티 등 도시 인프라 개발부터 원자력발전, 방산 등 경제협력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시티 건설사업에 우리 기업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포석을 어떻게 깔지가 최대 관심사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의 오찬뒤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진 바로는 빈 살만 왕세자 방한기간 한국전력 등 우리 공기업과 민간기업 등이 17일 하루 총 21건에 달하는 투자·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정부기관과 공기업이 6건,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협약이 15건 등이다. 협약별로 예정된 사업비만 조(兆) 단위에 달해 이날 하루에만 100조원 규모 이상의 MOU가 체결될 전망이다.

    먼저 한국전력·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포스코·삼성물산이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건설 프로젝트에 관한 MOU를 맺을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네옴시티가 건설될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시에 2029년까지 연간 12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39만6694㎡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을 짓고 20년간 운영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협약 액수는 65억 달러(8조5000억원쯤)로 전해졌다.

    또한 삼성물산·포스코 컨소시엄은 이 프로젝트와 별개로 네옴시티에 임직원 숙소 1만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업규모는 40억 달러(5조3000억원쯤)에 달한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투자부·철도청과 철도차량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MOU를 맺는다. 또한 사우디 철도청이 추진하는 고속철도 구매사업에도 협력을 타진한다. 사우디 철도청의 디젤기관차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차량 구매 규모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로템이 사업을 따내면 한국 고속철도의 첫번째 수출 사례가 된다.

    롯데정밀화학도 사우디 투자부와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제품 생산거점을 구축하기 위한 MOU를 추진한다. 한화그룹도 사우디와 방위산업 관련 수출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연장로켓 '천무'와 K9 자주포 수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은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8조원대 매머드급 투자사업인 '샤힌 프로젝트'를 최종 승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샤힌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울산 에쓰오일 공장 일대에 에틸렌 등 화학제품 생산설비인 '스팀 크래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에쓰오일은 이와관련 올해초 사우디 아람코와 석유화학 신기술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MOU를 맺은 상태다.
  • ▲ 네옴시티.ⓒ연합뉴스
    ▲ 네옴시티.ⓒ연합뉴스
    ◇韓기업, 네옴시티 수주 촉각…670조 인프라사업

    우리 정부와 기업이 가장 주목하는 사업은 빈 살만 왕세자가 역점을 두는 네옴시티 건설사업이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려 2017년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프로젝트다. 홍해와 인접한 사우디 북부지역에 미래형 주거·산업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길이 170㎞의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 라인'과 바다 위의 팔각형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친환경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된다.

    전체 사업면적은 서울의 44배(2만6500㎢)에 달하며 총사업비가 올해 우리나라 본예산보다 많은 5000억 달러(670조원쯤)다. 전 세계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주택·항만·철도·에너지시설 등 사업을 따내려고 치열한 물밑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그리스의 아키로돈과 컨소시엄을 이뤄 더 라인의 10억 달러(1조3000억원) 규모 터널 공사를 수주한 상태다.
  • ▲ 서울 마포구 공덕동 에쓰오일 본사 건물에 걸린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환영 사진.ⓒ연합뉴스
    ▲ 서울 마포구 공덕동 에쓰오일 본사 건물에 걸린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환영 사진.ⓒ연합뉴스
    ◇2030 엑스포 내주고 실리 챙기는 '빅딜' 가능성?

    이날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회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번 만남에서 비공식적으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와 네옴시티·원전사업 참여를 두고 빅딜이 논의될 가능성이 없잖기 때문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시티가 완공되는 2030년 엑스포를 열어 '비전 2030'의 성공을 자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오일머니를 무기로 유치전을 펼치는 중이다. 57개국이 가입한 이슬람협력기구(OIC)를 포함 프랑스·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모로코 등 최소 60여개국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계를 중심으로 유치전을 벌이고 있으나 공개적인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기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리가 엑스포 유치에서 사우디 손을 들어주는 대신 네옴시티 등 사우디가 발주하는 인프라사업을 통해 제2의 중동붐을 노리는 쪽으로 빅딜을 추진하는 것이 실리를 챙기는 방안이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자칫 엑스포 유치에 연연하다 실탄만 낭비한 채 네옴시티 수주전에서도 사우디의 눈밖에 날 수 있는 만큼 2030 엑스포와 네옴시티·원전 건설사업을 맞교환하는 빅딜을 고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2030 엑스포 유치라는) 선의의 경쟁과 별도로 한·사우디 협력관계를 가져갈 방안에 대해 얘기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소한 대통령실도 두가지 사안을 함께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부산시는 2030 엑스포 유치때 경제창출 효과가 생산 43조원과 부가가치 18조원 등 61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고용창출효과는 50만명으로 추산한다. 아울러 박형준 부산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권에 한정된 국가발전축의 확장, 도시 브랜드 발전, 시민 자긍심 등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