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부가세 한시 인하' 의견 정부에 건의벨기에·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 부가세 인하전문가 "OECD 평균 부가세율 19.3%… 우린 낮아""저소득층 불리… 몇달 힘들다고 법 고치면 환원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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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기업과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전기·가스요금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인하하거나 면제해달라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요가 많은 겨울철이 거의 지난 데다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1일 유례없는 에너지 위기로 인해 유럽의 일부 국가가 전기·가스요금에 대한 부가세율을 6개월에서 1년간 한시적으로 인하했다며 우리나라도 이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전경련에 따르면 벨기에는 전기·가스요금에 대한 부가세율을 21%에서 6%로 올해 3월까지 한시 인하하며, 독일은 가스요금에 대해 다음 달까지 부가세율을 19%에서 7%로 인하한다. 폴란드는 오는 6월까지 전기요금 부가세율을 23%에서 5%로 내리고, 가스요금 부가세율은 23%에서 0%로 내려 면제키로 했다.한국산업연합포럼(KIAF)도 21일 열린 포럼에서 산업용 에너지 가격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부가세 인하를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보다 올해 3000억 원의 전기요금을 추가 부담할 것으로 전망되며 현대제철도 1300억 원쯤을 더 부담할 것으로 분석됐다.전기·가스요금에 대한 부가세율 인하·면세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주택·농업용 전기요금과 주택용 가스요금에 대해 한시적 면세를 추진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주택·농업용 전기요금과 주택용 가스요금에 대한 부가세를 면세할 경우 연간 1577억 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부가세 한시인하한 유럽국가, 세율 20% 안팎… 한국과 2배 차이그러나 부가세 한시 인하나 면세를 단행할 수 있는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 부가세 제도는 10% 단일과세 구조로 돼 있어 역진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세율이 낮다는 점이 걸림돌이다.부가세의 역진성이란, 소득이 낮은 계층의 세 부담이 더 크다는 의미다. 소득이 많을 수록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누진구조의 소득세와 법인세 등과 달리 부가세는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10%의 똑같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소득이 낮을수록 세 부담이 더 크다.전기·가스요금에 대한 부가세를 인하한다면 에너지 취약계층보다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이나 고소득 가정 등이 더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런 형평성 문제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섣불리 부가세 인하에 나서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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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세율 자체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점도 정부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부가세율은 19.3%다. 이 중 스웨덴은 부가세율이 25%로 가장 높다. 프랑스와 영국은 20%, 독일은 19%다.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전기·가스요금에 대한 부가세를 한시인하·면세한 국가 대부분의 세율은 20% 안팎이다. 우리나라와는 세율에서부터 10%포인트(p)쯤 차이 나는 셈이다.우리나라에선 거꾸로 수 년 전부터 부가세율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가스요금 부가세 인하 논의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잖다.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부가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저율과세를 하고 있다. 이는 국제기준을 따라가는 것이 맞는데, 여기서 더 인하해달라는 것은 맞지 않다"며 "에너지 가격이 수시로 변동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몇 달 힘들었다고 법을 개정해 부가세를 면세하긴 어렵다. 나중에 이를 다시 환원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홍 교수는 "부가세는 10% 단일세율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대기업이나 가계를 골라내 적용하는 것도 어렵다"며 "이미 정부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하기로 방향을 잡은 만큼 그렇게 가는 것이 맞다. 일괄적으로 부가세를 인하·면세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