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정상화, 적자 축소가 관건공공요금 인상 제동 국제에너지 가격 여전히 강세"자본잠식 가능성"
  • ▲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230224 ⓒ연합뉴스
    ▲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230224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33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또 지난해 4분기에도 10조원이 넘는 손실을 내며 연도별·분기별 모두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수요 감소와 적자 축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본잠식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해 연결 기준 누적 영업손실이 32조6034억원으로 집계됐다. 1~4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영업손실이다. 연도별 영업손실 종전 최대치였던 2021년 5조8465억원의 5.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분기별로도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0조7670억원에 달해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7조7869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한전 매출액은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조정 등으로 2021년 60조6736억원 대비 10조5983억원(17.5%) 증가한 71조271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중 전기판매수익은 제조업 평균 가동률 증가에다 세 차례(4·7·10월)에 걸쳐 판매단가가 11.5% 오르면서 전년동기대비 2.7% 증가한 66조199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57조3086억원보다 15.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영업비용은 연료 가격 급등 등으로 37조3552억원(56.2%)이나 급증한 103조7753억원을 기록, 영업손실 폭이 훨씬 커졌다.

    지난해 한전 자회사의 연료비와 민간 발전사들의 전력 구입비는 각각 34조6690억원, 41조9171억원에 달했다. 전년 19조4929억원, 21조6190억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한전은 "전력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증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전력도매가격(SMP, 계통한계가격)이 2배 이상으로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평균 SMP는 kWh(킬로와트시)당 196.7원으로 2021년 94.3원의 2.1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LNG 가격은 t당 734.8원에서 1564.8원으로, 유연탄은 t당 139.1달러에서 359.0달러로 역시 두 배 넘게 급등했다. 여기다 발전·송배전 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기타 영업비용도 같은 기간 1조881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올해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수요 감소와 적자 축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전의 자본잠식도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2026년까지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2023년 연간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분기마다 전기요금을 결정하고 요금 인상에 따라 전기사용량이 감소하는 점, 3분기 이후는 하절기 수요 급증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인상폭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담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 물가 상승 압력과 가계 부담 등을 이유로 필요 인상분의 4분의 1 수준인 13.1원 인상을 결정했다. 여기에 올해 초 난방비 폭탄 대란으로 민심까지 악화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공공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라"고 주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분기 이후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 "국민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관가 안팎에선 한전 등 공기업의 대규모 부실 해소를 위한 요금 정상화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여론을 의식한 2분기 요금 동결 여지도 남겨둔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요금 정상화에 제동을 걸면서 올해 한전의 자본잠식 가능성도 커졌다.

    금융정보업에 와이즈에프엔이 증권사로부터 집계한 한전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9조2812억원 적자다. 이마저도 정부가 애초 예상대로 2차례 이상, 지난해 말 인상분보다 많은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가정 아래 추산한 값이다.

    정부는 kWh당 13.1원 전기요금 인상 당시 한전의 재무개선 효과를 7조원 남짓으로 봤다. 지난해 한전의 순손실 25조원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향후 전기요금 동결시 18조원의 손실이 나는 셈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등 한전의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아 자본잠식 가능성마저 보인다고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이나 중국은 천연가스를 사들이고 있고 중국의 리오프닝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살아나 올해 에너지 가격도 오를 전망"이라며 "이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 억제 기조를 유지하면 한전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