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시행 후 아이오닉5, EV6 美 판매 줄어미국, 최근 IRA 세부지침으로 요건 강화尹 국빈 방문. 예외 규정 확대 등 모색해야
-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피해 최소화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IRA 시행 이후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미국 판매량은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아이오닉5는 미국에서 1~7월 월평균 2240대를 판매했다. 1월 989대, 5월 1918대를 제외하면 모두 2000대를 넘어섰다. 특히 4월에는 2677대, 6월에는 2853대의 호실적을 기록했다.하지만 IRA이 시행된 8월부터 12월에는 1460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에 월 기준 2000대를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올해 1월 1548대, 2월 2074대, 3월 2114대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예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EV6는 지난해 2월부터 미국 판매실적이 집계됐다. EV6의 2~7월 평균 판매대수는 2380대에 달했다. 반면, 8~12월은 1242대로 IRA 시행 후 반토막이 났다. 특히 11월에는 641대까지 하락했다.올해는 1월 1110대, 2월 1294대, 3월 988대를 기록하면서 IRA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지난해 7월 미국에 본격 판매된 제네시스 ‘GV60’는 7월 284대, 8월 324대에서 9월 199대, 10월 201대, 11월 172대, 12월 177대로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1월 129대, 2월 171대로 부진이 지속되다가 3월 212대로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200대를 넘겼다.
-
현대차, 기아의 전기차 모델들이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IRA로 인해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미국 정부는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500 달러(약 1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보조금을 받지 못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게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미국은 최근 IRA의 세부지침을 발표하면서 보조금 기준을 더욱 강화했다.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 하더라도 ▲북미에서 제조 조립한 배터리 제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 달러(약 500만원)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의 40% 이상 사용 시 3750 달러가 지급되도록 했다.미국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테슬라, 쉐보레, 포드 등 미국 브랜드 16개 차종만 이름을 올렸고 현대차, 기아 전기차는 모두 제외됐다.제네시스 ‘GV70’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되면서 기존에는 요건을 충족했지만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이번에 대상에서 제외됐다.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18일 IRA와 관련된 질문에 “한국 전기차 수출에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서 “현대차가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2024년 하반기 양산 예정이라, 그 전까지 선방할 수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하지만 IRA 시행 이후 판매 감소세가 확연했고, 이번에도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언론에서도 현대차, 기아가 이번 보조금 대상 제외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
게다가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공장 완공 예정 시점은 2025년 상반기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하반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계획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차와 기아는 렌트, 리스 등 IRA의 예외 사항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오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IRA 해법 도출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부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IRA 수혜 극대화를 위해 미국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나타냈다.
아울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면서 미국 주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 회장은 올해 1월 서울에서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차관과 IRA에 대해 논의하는 등 지난해부터 미국 주요 인사와 회동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IRA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하지만 예외 규정 확대 등을 모색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IRA 규정 완화도 중요하지만 해당 규정이 예측할 수 있고 미국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지속될 수 있다는 신뢰 또한 있어야 한다”면서 “국내 기업이 안심하고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