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대우건설·현대건설, 해외 프로젝트서 '호실적'HDC현산·DL, 주택 부진에 수익성 저하…GS는 붕괴사고 여파"주택 리스크 등 하반기 경기 불안 여전…보수적 접근 필요"
  • ▲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2분기 주요 상장건설사들이 엇갈린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사업 확대에 성공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경우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수익성도 개선했다. 가중된 주택사업 원가율 부담을 수익성 좋은 해외사업으로 만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 경우 국내 주택사업에 발목이 잡히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국내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공사비 인상 등 여파 때문이다. GS건설은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로 9년만에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주실적에서는 해외사업과 비주택사업이 성패를 갈랐다. 국내 주택 경우 대부분 건설사가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실적을 나타냈다. 반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은 해외 대형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며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DL이앤씨 경우 플랜트사업 확대로 실적을 냈다.

    28일 국내 주요 상장건설사들이 공시한 잠정실적을 보면 2분기 매출액은 대부분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쌓아둔 국내 주택사업과 해외사업 등에서 여전히 견조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경우 연결기준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3조3590억원에서 올해 4조7510억원으로 41.4% 늘었고 현대건설은 같은기간 5조5794억원에서 7조1633억원으로 28.3% 증가하며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했다. 대우건설도 2조4409억원에서 3조2714억원으로 34.0% 늘었다.

    GS건설과 DL이앤씨도 각각 14.6%, 4.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DC현대산업개발 경우 지난해보다 2.69% 감소했다.

    수익성은 건설사별로 확연하게 엇갈렸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각각 96.7%, 151% 증가하며 눈에 띄는 실적을 보였다. 현대건설도 27.4%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업체들 경우 수익성이 비교적 좋은 해외사업에서 매출이 확대하며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가장 높은 영업익 증가율을 보인 대우건설에 대해 "주택건축부문 원가율이 상승했지만 베트남 용지매각 매출과 플랜트부문 매출 및 원가율 호조 지속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HDC현대산업개발 경우 2분기 영업이익 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보다 91.4% 급감했다. DL이앤씨 역시 건설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46.6% 줄어들었다.

    GS건설은 2분기에 인천 검단아파트 재시공에 따른 결산손실 5500억원을 반영하면서 분기기준으로 9년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규수주는 모든 건설사가 국내 주택부문에서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실적을 나타냈다. 다만 해외사업과 플랜트 등 비주택부문에서 성과를 낸 건설사 경우 이를 만회하며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가장 눈에 띄는 수주실적을 보였다. 삼성물산 올해 상반기 신규수주는 14조3720억원으로 올해 목표치 13조8000억원을 이미 초과달성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연간 수주목표를 19조900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해외수주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상반기 해외수주는 3조45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조2760억원으로 두배이상 늘었다. 이중 삼성전자가 발주한 미국 테일러 반도체공장 수주 규모만 5조8000억원에 달한다.

    대우건설 역시 상반기 해외 신규수주액이 2조3054억원으로 연간 목표치 1조8000억원을 초과달성하며 국내 주택수주실적 저하를 만회했다. 현대건설도 국내 신규수주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48.0% 줄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패키지 등 해외 대형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올해 수주목표 29조1000억원중 71.2%(20조7270억원)를 달성했다.

    DL이앤씨는 플랜트 등 비주택사업으로 양호한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에 국내 석유화학사업인 샤힌 프로젝트중 1조4000억원 규모 패키지1 TC2C 공사를 따낸 게 대표적이다.

    반면 GS건설 경우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신규수주액이 전년보다 줄어들며 올해 연간 목표액 14조5000억원의 39.2%(5조6910억원)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90%에 가까운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올해 상반기 신규수주액이 4129억원에 그치며 연간목표 2조원의 20%가량만을 채웠다.

    한편 부정적 전망과 달리 호실적을 기록하거나 실적을 선방하면서 하반기 건설사들 실적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건설투자 및 정부의 SOC사업 축소 △부동산PF 부실화 가능성 △분양경기의 더딘 회복세 등 여러 요인으로 실적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2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가 0.25%p 추가 금리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다음달 한국은행까지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아직 여러 경제여건으로 건설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주택 분양시장 서울·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에 따른 지방건설사들의 저조한 수익성, 부동산PF 부실화 우려 등으로 하반기에도 건설사에는 어려운 시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한은 역시 금리인상에 나설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금리가 오른다면 이는 주택구입 대출부담 증가, 부동산PF 부실 장기화 등으로 이어져 하반기 건설사 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하반기 각건설사는 분양리스크 및 유동성관리 등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PF 사업 지연·축소, 미분양적체, 공사비증액 문제, 주택시장 지역적·국지적 양극화 등 시장내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면 하반기에도 건설업계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에는 영원한 호황도, 불황도 없는 만큼 주택 및 건설경기 변동은 필연적"이라면서 "현재는 언젠가 시장상황이 바뀔 때를 준비하며 다음 파도에 올라탈 때를 기다리는 시기라는 점에서 각건설사가 사업성 중심 보수적인 경영방침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