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AI 투자 열기 속 GPU 완판내년 HBM 판매 속도… 2025년도 수요 급증세TSV 후공정 CAPA 확보 관건… 증설 효과 내년 1Q부터 확대
  •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가 이미 내년치 AI 칩 'H100' 예약 판매를 끝낸 가운데 폭발하는 수요에 대비해 생산량도 최대 4배 늘린다. 이에 맞춰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량도 급증하며 D램 시장에 AI 훈풍이 내후년인 오는 2025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넘치는 AI 반도체 수요에 이미 내년 H100 물량 예약 판매를 마쳤다. AI 서버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에 열을 올리는 글로벌 빅테크들은 물론이고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에서도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을 수천개 가량 주문했을 정도로 수요가 끊이지 않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엔비디아는 내년 H100 생산량을 최대 4배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엔비디아의 H100 생산 목표는 50만 개인데 이를 내년엔 150만~200만 개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AI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데 맞춰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올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는 전년 동기 대비 두배 이상 커진 매출을 밝히며 AI 반도체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은 이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분기 매출 135억1000달러(약 18조 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112억 2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아 주목받았다.

    엔비디아가 H100 생산을 늘리면 여기에 필수로 탑재되는 HBM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H100에 들어가는 HBM3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상황이다. 삼성도 엔비디아에 새로운 HBM 공급사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국내 반도체업계가 엔비디아발(發) 훈풍에 본격적으로 올라탈 기대감도 커졌다.

    엔비디아가 올해 대비 최대 4배나 늘린 물량을 내년에 생산키로 하면서 당장 SK하이닉스도 HBM 생산 능력을 최대한 확대해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생산능력(CAPA)을 올해의 2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는데, 여기서 더 공격적으로 CAPA를 확대할 필요성까지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CAPA 확대에 결정적인 후공정 라인 'TSV(Through Silicon Via)'을 증설하기 위해 청주 낸드 공장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부 인력 재배치를 통해 TSV 라인 셋업부터 가동까지 담당할 수 있게 관련 조직 준비도 마쳤다.

    TSV 라인 신설에 따른 효과는 내년부터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밝힌 내년 CAPA 2배 기준도 TSV 라인 구축 로드맵에 따른 추산으로 보인다. 1분기부터 신설된 TSV 라인이 가동을 시작하면 내년 4분기쯤에는 기존 2배 이상의 생산이 가능한 수준에 안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HBM은 이미 SK하이닉스 D램 사업에서 존재감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 2분기 실적 기준으로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을 비롯한 그래픽 D램 비중이 20%를 넘었을 정도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주문 확보가 끝났고 내후년부터는 엔비디아 이외에 직접 AI 반도체 제작에 나서는 글로벌 빅테크들까지 가세하면 HBM의 영향력은 기존 D램 제품들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