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어 두번째 ‘메모리 겨울론' "HBM 공급과잉 없다" 일축한 하이닉스 전망 다시 묵살"우리가 틀렸다" 반성문도 아리송대만 등 외국계 IB들, 삼성 HBM '우려먹기'도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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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또 다시 '반도체 겨울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불과 한달 전 자신들이 내놓은 전망이 틀렸음을 일부 인정했지만 메모리 업황이 정점을 지났다는 의견을 고수하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흔들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29일 반도체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과 시장 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또 한번 '메모리 반도체 겨울'을 주장했다.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 주식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단기적으로는 틀렸지만 메모리 사이클 정점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모건스탠리는 지난달 '겨울이 온다(Winter Looms)'라는 제목의 리포트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다운사이클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겨울론을 처음 꺼내들었다. 여기서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반토막으로 조정하고 메모리 업황이 본격적으로 꺾이면서 내년에는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을 쏟아냈다.이 같은 전망은 다른 시장 전문가들과 반도체업계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범용 메모리 수요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SK하이닉스의 경우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력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로 폭풍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HBM도 내년엔 공급과잉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근거에 납득하기는 어렵다는 평이 이어졌다.이런 상황에서 모건스탠리가 재차 SK하이닉스를 흔들고 나선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신들의 단기적 평가가 틀렸다고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마저도 SK하이닉스를 더 내려치기 위한 수사법에 불과했다. 자신들의 예상보다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이 더 좋지 않았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결국 모건스탠리는 이번 보고서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겨울론에 재차 힘을 실었다고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만 원 가량 올리는데 그친 동시에 투자 의견은 여전히 '비중 축소'를 유지하면서 한 달 전 주장을 사실상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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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사자인 SK하이닉스가 지난 24일 3분기 실적발표와 컨퍼런스콜을 통해서 메모리 반도체 겨울론과 HBM 공급과잉론을 정면 반박하는 전망과 근거를 제시했는데도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발표에서 "내년 HBM 수요는 AI 칩 수요 증가와 고객들의 지속적인 AI 투자 확대 의지가 반영돼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 시점에서 AI 반도체나 HBM의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내년에도 공급보다 수요가 강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일반 D램과 달리 HBM은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라는 점도 이 같은 상황에 반영됐다"고 근거를 제시했다.SK하이닉스는 반도체 겨울론의 진원지인 범용 메모리 시장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다시 수요가 조금씩 살아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사실상 내년에 반도체 겨울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모건스탠리의 우려가 과하다고 일침을 놓은 것이기도 했지만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기업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셈이다.모건스탠리가 재차 반도체 겨울론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도 주가가 휘청였다. 이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처음 열린 주식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2.49% 하락해 20만 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모건스탠리의 한국 반도체 기업 흔들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처음 겨울론을 주장했을 때도 BNP파리바 등에서 모건스탠리의 전망에 동조하는 보고서를 내는 등의 행보가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 혼란이 가중됐던 바 있다. 모건스탠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메모리 겨울론을 주장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산업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상황에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