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총이익률 57% … '전무후무'절대 甲 … 가격도, 인상주기도 마음대로엔비디아 균열음 … 애플도 고심수요단 삼성 니즈 커져
  • TSMC가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점유율은 갈수록 치솟고 이익률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운데 TSMC는 절대 우위의 입지를 활용해 AI칩 등의 가격도 쥐락펴락하고 있다.

    자연스레 빅테크 등의 원성이 일면서 'TSMC 견제론'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비메모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TSMC가 32조 원이 넘는 매출과 14조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동시에 자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이익률을 기록했다.

    TSMC의 영업이익률은 47.5%, 매출총이익률은 57.8%로 지난 분기에 자체 예상했던 55%를 훨씬 웃돌았다. 순이익률도 42.8%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이는 AI 투자가 급증하면서 AI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TSMC의 몸값이 치솟은 결과다. 특히 TSMC는 업계 최선단 공정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덕에 3나노미터(nm) 이하 같은 초미세 공정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많은 선택을 받았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분기 기준 TSMC 전체 웨이퍼 매출에서 3나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까지 올라갔다.

    AI시대를 맞아 TSMC가 더 승승장구하면서 이제는 사실상 파운드리업계에선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 자리에 올랐다는 평에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AI 투자 붐에 앞서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TSMC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불과 1~2년 사이 시장 판도가 완전히 AI로 기울면서 격차는 오히려 더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TSMC는 꾸준히 단가 인상도 꾀하고 있다. 공정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웨이퍼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지고 있고 최근 AI 수요가 급증한 이후에는 인상 주기도 짧아지고 폭도 커져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TSMC는 3나노 공정을 도입하면서 가격을 20% 올린데 이어 내년 본격 양산을 앞둔 2나노에선 여기서 배 이상의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3나노까지는 삼성과 인텔이 TSMC를 바짝 추격하던 상황이었고 심지어 삼성이 한 발 앞서 '세계 최초 양산'이라는 타이틀까지 뺏기도 했지만 2나노부터는 진정한 TSMC의 독무대가 예상돼 가격 인상의 명분은 더 충분하다.

    이 같은 TSMC의 가격 정책에 고객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따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심지어 AI 반도체 제왕으로 군림하는 엔비디아도 TSMC에 AI 칩 생산을 맡기기 위해서 가격 인상은 물론이고 조건 협상에 열위에 있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TSMC는 지난 6월 엔비디아와의 협상에서 가격을 한차례 올린 바 있고 이를 엔비디아 측이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였다고 알려졌다.

    TSMC의 독주에 엔비디아가 드디어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IT매체 더인포메이션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TSMC를 방문해 엔비디아만을 위한 전용 패키징 라인을 구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TSMC 임원들이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고 전해진다. 양측에서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가면서 TSMC 회장이 중재에 나설 정도로 신경전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서도 TSM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던 엔비디아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탈(脫) TSMC'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은 삼성이다. 외신에선 엔비디아가 게임용 GPU를 삼성 파운드리 공정에서 생산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삼성이 TSMC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엔비디아 등 고객사들을 파고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TSMC를 파운드리 세계 1등 자리에 올려놓은 공신이자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건이다. 애플도 AI 시장 진입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하지만 AI 칩을 탑재한 아이폰, 아이패드 등 IT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하면 AI 반도체 제조를 TSMC에 또 한번 위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애플 역시 가격이나 생산일정 등의 문제를 두고 TSMC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삼성 파운드리가 또 한번 대안처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삼성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의 요구에 맞는 기술 수준을 얼만큼까지 실현할 수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단에서 새로운 파운드리를 쓰고자하는 니즈가 있어도 결국 TSMC만한 곳을 찾지 못해 주문이 쏠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삼성이 3나노 2세대 공정 등의 차세대 공정에서 경쟁력을 드러내야만 실제 수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