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이후 미국, 중국 모터쇼에만 참가전략차종 소개, 전동화 비전 제시 기회로 활용파리모터쇼 등 기존 모터쇼 영향력 쇠락도 영향
  • ▲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4월 뉴욕 오토쇼에서 팰리세이드 부분변경 옆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현대차그룹
    ▲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4월 뉴욕 오토쇼에서 팰리세이드 부분변경 옆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유럽과 일본보다 미국, 중국의 국제 모터쇼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기존 국제 모터쇼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모터쇼가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 미래 모빌리티 트렌드를 담아낸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는 내달 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IAA 모빌리티 2023’에 불참을 결정했다. 

    현대모비스만 이번에 참가해 전동화 신기술들을 선보이면서 벤츠,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메이커와 비즈니스 관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집중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기아는 2021년 11월을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 모터쇼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해당 모터쇼를 통해 전동화 모델이나 전략 차종을 최초로 공개하거나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2021년 11월 17일 개막한 ‘LA 오토쇼’에서 현대차는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SEVEN)’, 기아는 첫 대형 전동화 SUV인 ‘EV9’의 콘셉트카를 최초로 선보였다. 

    그 직후인 11월 19일에 열린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현대차는 중국형 ‘투싼 하이브리드’와 중국형 ‘투싼 N라인’ 등 중국 시장을 겨낭한 차량을 내세웠다.
  • ▲ 기아가 올해 4월 상하이 모터쇼에 참석한 모습. ⓒ현대차그룹
    ▲ 기아가 올해 4월 상하이 모터쇼에 참석한 모습. ⓒ현대차그룹
    기아도 ‘EV6’와 ‘EV6 GT 라인’을 중국에서 최초로, 제네시스도 ‘GV70 전동화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2년 4월 개최된 ‘뉴욕 오토쇼’에서 각각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의 부분변경 모델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당시 현대차 부스에 들러 팰리세이드 차량 옆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는 현대차와 기아의 대형 SUV 모델로, 미국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델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LA 오토쇼에서 현대차는 ‘아이오닉6’를 북미 최초로 공개했다. 기아도 셀토스 부분변경 모델을 북미에 첫 소개했으며, ‘EV6 GT’를 북미 시장에 론칭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중국 모터쇼에 연달아 참가했다. 우선 올해 4월 18일 개최된 ‘2023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현대차는 ‘아반떼 N(현지명 엘란트라 N)’을 세계 최초로 내세우면서 고성능 N브랜드의 중국 시장을 본격화했다. 

    기아도 이 자리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전동화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하면서 중국 시장 전기차 리더로의 재도약 의지를 표명했다. 
  • ▲ 현대차는 올해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N브랜드 중국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현대차그룹
    ▲ 현대차는 올해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N브랜드 중국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현대차그룹
    기아는 올해 EV6를 시작으로 매년 최소 1종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고, 2027년까지 총 6종의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25일 개막한 ‘2023 청두 국제 모터쇼’에서 현대차는 엘란트라 N 론칭 및 사전계약을 개시했고 중국형 아반떼 N라인 신차를 발표했다. 

    기아는 ‘EV5’의 디자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EV6를 공식 출시하면서 중국 시장 재도약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정 회장은 2022년 CES에 참석해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앞서 2018년 CES에서도 모습을 드러내 “고성능 차에서 획득한 기술을 일반 차에 접목할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발언했다. 

    양사가 미국,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우선 두 곳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2022 LA 오토쇼에서 아이오닉6를 공개하면서 “북미 시장에서의 전기차 모델들의 성공을 통해 글로벌 전동화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김경현 기아 중국법인 총경리(부사장)는 최근 중국 청두 모터쇼에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 중인 중국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전략의 핵심 과제”라고 발언한 바 있다. 
  • ▲ 2022 CES 현장에서 만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 2022 CES 현장에서 만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반면, 2021년 9월 열린 IAA 모빌리티에 참가한 이후 유럽과 일본의 국제 모터쇼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과거 세계 5대 모터쇼로 불렸던 ▲파리 모터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현 IAA 모빌리티) ▲제네바 모터쇼 ▲디트로이트 모터쇼 ▲도쿄 모터쇼(현 재팬 모빌리티쇼)는 CES와 중국 모터쇼의 위세에 밀려 입지가 약화된 상태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파리 모터쇼에 2018년 참석했지만 2022년에는 불참했다. 도쿄 모터쇼에도 2019년 참석하지 않았고 오는 10월 열리는 재팬 모빌리티쇼에도 불참할 예정이다. 

    제네바모터쇼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개최되지 못했다. 내년 2월 ‘2024 제네바모터쇼’가 열릴 예정이지만 현대차그룹의 참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번 IAA 모빌리티 2023에는 유럽과 중국 브랜드 간 전동화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모터쇼가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 과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인 IAA 모빌리티는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예전에 비해 미래 모빌리티의 변화를 담아내고 있는 CES와 중국 모터쇼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도 “중국 전기차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신기술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CES의 경우도 자동차 분야가 모빌리티로 진화하면서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로 입지가 격상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