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성장세 약화, 글로벌 OEM 전동화 ‘속도조절’현대차그룹 EV 투자, 목표 변동사항 없어중장기적 안목, ‘퍼스트무버’ 전략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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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가 줄어들며 글로벌 제조사들이 잇따라 관련 투자 규모를 축소, 재조정하고 나섰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공격적인 전동화 전략을 바탕으로 전기차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3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전동화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한다.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동화 전략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현대차와 기아 IR 담당자들은 기존 일정에서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관련 허들을 만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개발을 늦출 생각은 없다”며 “미국 공장은 IRA 혜택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의사결정을 빠르게 해서 진행하고 있는 만큼 2024년 하반기로 예정된 양산 일정은 연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기아도 전기차 사업계획을 기존대로 진행한다는 취지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는 “내년 2분기 말 EV3, 3분기 말 EV4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광명 전기차 전용라인은 연간 생산능력 15만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전기차 시장 흐름이 가격이 저렴한 소형 전기차로 이동하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불식했다. 정 상무는 “차량의 마진은 크기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높은 효율을 갖춘 볼륨모델을 출시하면 전기차에 있어서도 내연기관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이는 글로벌 OEM들이 전기차 투자 숨고르기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테슬라가 3분기 실적발표에서 전년 대비 52% 감소한 영업이익을 내놓으며 멕시코 기가팩토리 공장건설을 연기한다고 발표한 이후 업계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요 제조사들은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과 전기차 개발 일정을 미루는 상황이다.GM은 2024년까지 4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했음을 공식화했다. 혼다와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철회했고, 미시간주 전기 픽업트럭 공장 가동도 1년 연기했다.포드는 전기차 사업에 책정한 500억 달러 가운데 120억 달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SK온과 켄터키주에 건설하기로 계획한 두 번째 배터리 공장건설 계획을 미뤘고, F-150 라이트닝과 머스탱 마하-E 등 생산도 일시적으로 감산한다.GM과 포드 등 미국 OEM은 최근 노조 파업을 겪은 부분도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부품 수가 내연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차로 공정 전환이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파업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전기차 감산과 일정 연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시장 성장세 둔화와 더불어 수요 감소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기존 1430만대에서 1377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비싼 EV 가격과 높은 금리가 전기차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최근 흐름과 다르게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공장 가동 시점을 2025년에서 2024년 하반기로 앞당기는 등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수요 변화와 무관하게 중장기적으로 내다본 조치로 풀이된다.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환은 내연기관과 전기차 병행 생산으로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전동화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기존 내연기관 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방안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아에 따르면 전동화 생산라인 증설은 동일한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는 것과 비교해 투자비가 3분의 1 정도로 적다.한편, 현대차그룹 EV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적용으로 보조금이 누락된 미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며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두 자릿수 진입을 앞두고 있다. 올해 3분기 미국에서 제네세스를 포함한 현대차 전체 판매량 21만9961대 가운데 전기차는 2만1638대로 판매 비중이 9.8%에 달하며, 기아도 4분기 전기차 비중 5% 돌파가 유력하다.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뚝심있는 전동화 전략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제조사들이 전동화 전략을 조정, 연기하고 있다”며 “결국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퍼스트무버’ 전략에 따라 높은 경쟁력을 갖춘다면 장기적으로는 선두자리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