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탓에 소비·설비투자 등 내수 부진… 반도체 등 수출은 회복세"올 상반기 0.9%·하반기 1.8% 성장 전망… "'상저하고' 유효"올해 소비자물가 3.5→3.6%… "통화정책, 긴축 기조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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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4%로 추가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기존 2.3%에서 2.2%로 내려잡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5%에서 3.6%로 올려잡았다.

    KDI는 9일 이런 내용의 '2023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지난 5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한 뒤 8월까지 이를 유지했지만, 이번에 1.4%로 전망치를 낮췄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된 데 따른 영향으로 0.1%포인트(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수정 전망치는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1.4%와 동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인 1.5%보다는 낮고, 한국금융연구원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치인 1.3%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KDI는 우리 경제가 올 상반기에 0.9% 성장률을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1.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등 정부가 그동안 밝혀온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맞아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함에 따라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수출은 반도체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늘면서 10월 수출은 13개월 만에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전환됐다. 무역수지는 16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9월 기준 54억2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KDI는 고금리 기조에 따른 내수 증가세 둔화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민간소비는 고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소비심리가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설비투자가 감소로 전환됐으며 건설투자는 건설업 경기 악화에 따른 건설수주 부진으로 향후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KDI는 분석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간부채가 크게 누적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는 가계의 소비 여력과 기업의 투자 여력을 축소하면서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통상 고금리 기조는 서비스 소비보다 상품 소비와 설비투자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KDI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산업의 경기가 급격한 위축 국면을 점차 벗어나면서 전체 경기의 흐름이 전환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DI는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경제 역시 내년에도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중국의 부동산 투자 위축 지속,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변동성 확대 등 대외 불확실성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통화긴축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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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시장 ⓒ연합뉴스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 KDI는 고금리 기조에 따른 내수 증가세 둔화에도,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2.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상품소비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년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이며 설비투자는 수출 회복과 기저효과 등으로 2.4%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건설투자는 주택부문 건설수주의 위축으로 인해 1%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품수출은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라 3.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회복세로 인해 내년 경상수지는 올해 전망치인 319억 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된 426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는 내수 증가세 둔화로 인해 올해 전망치인 3.6%보다 낮은 2.6%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위축으로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32만 명보다 줄어든 21만 명쯤으로, 실업률은 올해 2.7%보다 0.3%p 높은 3.0%로 각각 예상했다.

    KDI는 우리 경제 회복을 위해 △재정지출 구조조정 방안 마련 △당분간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 유지 △정책금융 규모 축소와 금융기관·기업 구제 정책 지양 등의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DI는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이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인 2.8%로 편성됐지만, 총수입 증가율은 -2.2%로 예상되면서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수준이 올해보다 확대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의무지출을 포함한 전반적인 재정지출에 대해 구조조정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에 대해 KDI는 "물가상승률의 단기적 변동보다는 물가상승세의 흐름이 물가안정목표(2%)에 수렴하도록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강한 물가상승세와 경제성장세에 대응하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보다는 우리 거시경제 여건을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정책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위기 시 증가한 정책금융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재무위험 관리에 실패한 금융기관과 기업을 구제하는 정책을 지양하는 등 자구노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