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중 검증 마무리… 최종 공급 성사 여부 촉각여유로운 SK "생산 확대 관건"… 고배 마신 삼성 "절치부심"2배 성장 예고 'HBM'… 엔디비아 검증 통과시 시장 판도변화
  • ▲ 삼성전자 HBM3E D램 ⓒ삼성전자
    ▲ 삼성전자 HBM3E D램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HBM(고대역폭메모리) 신제품을 최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공급을 앞두고 새해 첫 경쟁에 나선다. 올 1분기 내에 신제품 HBM3E 검증을 시작으로 HBM 점유율 확보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HBM 제조 3사는 올 1분기 중에 엔비디아와 HBM3E 검증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검증 결과에 따라 올해 엔비디아에 HBM 공급 비중이 최종 결정된다.

    그만큼 HBM 3사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본격 성장을 시작한 HBM 시장은 올해 HBM3E를 시작으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성장이 예고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규모는 40억 달러(약 5조 2000억 원) 수준에서 올해 10조~15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메모리 기업 입장에선 이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차세대 D램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시장이 전년 대비 172% 성장할 것으로 본다. 아직은 전체 D램 중 한자릿수 수준에 불과할 정도만 차지하고 있지만 매출 측면에선 HBM이 기존 D램의 6~7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내는 덕에 빠른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사들이 월등한 수익을 내는 HBM에서 미래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했던 시장 1위 SK하이닉스는 이번 엔비디아 검증에 비교적 여유로운 자세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기술력을 일찌감치 확보한 덕에 차세대 제품인 HBM3E에서도 엔비디아 공급 비중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엿보인다.

    대신 생산능력(CAPA)을 확보하기 위한 대비로 분주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생산분은 이미 완판됐다"고 밝히면서 AI업계에서 SK하이닉스 HBM의 경쟁력을 인정 받아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 생산 병목으로 꼽히는 패키징에서 생산능력과 인력을 확충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유휴 공간이 있는 충북 청주 팹(Fab)에 TSV(Through Silicon Via)라인을 신설하고 관련 인력과 조직도 배치했다.

    삼성은 지난해 엔비디아의 최종 검증 단계에서 미끄러진 경험이 있어 이번 HBM3E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게다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에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독보적인 D램 1위 자리를 지켜온 삼성의 입장이 더 곤란한 상황이다.

    삼성은 3사 중엔 가장 늦게 엔비디아 측에 샘플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엔비디아 검증을 시작으로 올해는 삼성이 본격적으로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SK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올해 SK하이닉스와 삼성의 HBM 시장 예상 점유율은 각각 47.5%로 전체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나머지 5% 가량을 마이크론이 가져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공급사로 확정되고 나면 최근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업체들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올해 HBM 시장 관전 포인트다.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탑재한 AI 서버 비중은 지난해 약 65.1%에서 올해 63.5%로 줄어들 것이라고 트렌드포스는 분석했는데, 엔비디아에 도전하는 AMD와 자체 개발 칩을 탑재한 서버를 확대하려는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식이다. 이들 기업들도 결국은 삼성, SK, 마이크론에서 HBM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