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수입 56.4조 펑크… 9월 재추계보다는 2.7조원 더 걷혀전년대비 51.9조원 감소… 올해 세수 증가 전망에도 재정적자는 더 커져나랏빚 1196.2조원 예상… 건전재정 비상에도 정치권의 예타 면제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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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국세 수입 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본예산(400조5000억 원)과 비교해 56조4000억 원(14.1%) 펑크가 났다. 이는 세수 결손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의 오차율이다.
세목별 세수현황은 ▲소득세 115조8000억 원(-12.2%) ▲법인세 80조4000억 원(-23.4%) ▲상속증여세 14조6000억 원 (-14.6%) ▲종합부동산세 4조6000억 원 (-19.5%) ▲부가가치세 73조8000억 원 (-11.3%) 등이다.
세수 부족이 심각해지자 기재부가 지난해 9월 재추계한 세수 규모는 341조4000억 원이다. 이번 잠정 집계 수치는 당시 재추계치보다는 2조7000억 원(0.8%) 더 걷힌 것이다. 세수 재추계 오차율은 0.8%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전년 실적(395조9000억 원)보다 51조9000억 원 감소했다.
법인세는 전년 대비 23조2000억 원, 양도소득세는 14조7000억 원 각각 줄었다. 10조2000억 원에 달하는 세정지원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감소분이 법인세와 양도세에서 기인한 것이다. 수입 감소로 인해 부가세는 전년 대비 7조9000억 원(9.6%), 관세는 3조 원(29.4%) 덜 걷혔다. 공시지가 하락도 한 몫 했다. 종부세는 2조2000억 원(32.4%) 감소했고, 유류세 한시 인하 조처 연장에 따라 교통세도 3000억 원 덜 걷혔다.
기재부는 올해 세수는 지난해보다는 더 걷힐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예산에 반영된 국세수입은 367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실적 대비 23조 원쯤 늘었다. 최진규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면 세수가 전년 대비로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얼마나 증가할지는 부동산 시장과 기업 실적(법인세)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수 상황이 지난해보다는 다소 숨통이 트일지라도 나라살림은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92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적자 규모가 58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 역시 올해 1196조2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은 팍팍하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각종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특별법 등 입법을 통해 예타를 면제해준 사업비 규모가 4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빛내륙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등은 국회가 이미 통과시켰다.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은 지난해 4월 통과됐고, 부산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을 짓는 사업 역시 예타 면제 조항과 함께 2021년 처리됐다.
예타 면제를 추진 중인 법안도 잇따라 대기 중이다. 김포·파주 등 인구 50만 명 이상인 접경 지역의 교통 건설 사업에 예타를 면제하는 법안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20조 원이 소요되는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 법안 역시 예타를 면제하는 특례를 규정했다.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예타를 면제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면서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