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조달한 회사채 대부분, 신차·리스 등 운영자금 활용업황 침체에 연이은 대표 교체 따른 혼란으로 순익 34% '뚝'기업금융-리테일 등 다각화 통해 턴어라운드 기틀 마련 전망경기 침에 따라 저하된 건전성 회복 '과제'…신평사도 예의주시
  • ▲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우리금융지주
    ▲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우리금융지주
    지난해 중반 급하게 '방향키'를 쥔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자동차금융과 기업금융을 축으로 투자금융을 확장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캐피탈은 지난해 4분기 조달한 총 5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가운데 5000억원을 신차·중고차·리스·기타대출금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잇단 대표 교체 등 혼란 속 영업실적 '뚝'

    지난해 우리금융캐피탈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091억원으로, 전년 동기(1673억원)에 비해 34.8% 줄어들었다. 같은 시기 실적이 떨어진 KB캐피탈(-22.0%), 하나캐피탈(-25.9%) 등 다른 금융지주 캐피탈사보다 큰 감소폭이다.  

    실적 하락은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때문이다.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계속되는 고금리로 여전채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캐피탈의 경우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만큼 대우자동차의 전속 할부금융사로서 자동차금융 부문에 특화된 업무 노하우를 기반으로 캐피탈업권에서 우월적 지위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은행에서 오토론(자동차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카드사 또한 자동차금융 시장에 진출하면서 핵심 사업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실제 우리금융캐피탈의 자동차금융자산은 2018년 2조9705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5조9920억원으로 2배가량 늘었지만, 같은 기간 총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7%에서 55.3%로 9.4%포인트(p) 줄었다.

    신차금융비중은 2018년 44%에서 지난해 3분기 35.9%로, 8.1%p 감소했다. 자동차 제조사와 제휴 관계가 끊기면서 경쟁력이 약화한 것이 신차금융 비중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연기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본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금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자동차금융 역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금융캐피탈은 상반기 연이은 CEO 교체로 혼란을 겪었다. 3월 취임한 조병규 전 사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되면서 7월 정연기 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대표이사 교체는 사업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금융 전문가인 조병규 전 사장은 기업금융 부문을 확대했다. 이에 비해 정 대표는 리테일 영업부터 카드사업·자산관리·기업금융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쳤고 이를 밑거름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기업금융 및 신사업 대출금은 1분기 2091억원에서 1분기 4496억원으로 늘었다가 3분기에 3858억원으로 줄었다. 
  • ▲ 우리금융캐피탈. 사진=권창회 기자
    ▲ 우리금융캐피탈. 사진=권창회 기자
    ◇투자금융 확대 등 포트폴리오 재편…저하된 건전성 '리스크' 해소해야

    정 대표가 꺼낸 카드는 투자금융이었다. 2022년 신성장기업영업본부를 신설한 은행의 움직임에 발맞춰 지난해 신성장금융부를 신설하고 바이오,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우리금융캐피탈의 3분기 투자금융상품 자산은 6607억원으로, 2022년 말 6059억원에 비해 9% 늘어났다.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우리금융캐피탈은 자동차금융, 기업, 리테일 비중을 고르게 가져가 위험도를 분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 구축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금융뿐만 아니라 기업, 리테일 비중을 고르게 가져가 위험도를 분산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캐피탈 측은 "확보한 자금은 상황에 맞게 쓸 수 있으니 자동차금융에만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금융과 기업금융, 리테일 비중을 4대 4대 2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저하된 자산건전성 지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022년 이후 부동산경기 위축과 고금리 기조로 실물경기 침체, 금융감독원의 요주의이하자산 분류기준 강화 등으로 인해 개인신용대출과 부동산 PF대출을 포함한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지표가 저하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상‧매각 전 연체율은 4.1%, 고정이하 자산비율은 2.1%, 요주의이하자산비율은 6.7%로 2022년 말보다 각각 2.5%p, 0.9%p, 2.7%p 악화했다.

    개인신용대출 건전성이 고금리 지속과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강한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점도 위협요소다. 일반적으로 캐피탈사 개인신용대출의 경우 차주의 신용도가 낮아 금리 및 경기 민감도가 높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고금리로 인한 이자 상환 부담 증가,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상환 재원 감소가 개인신용대출의 건전성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곽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경기 민감도가 높아진 가운데 실물경기 둔화와 상승한 시장금리 수준, 부동산경기 저하를 고려할 때 대손·조달 비용 부담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자산의 부실 현실화 및 회수 추이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